전체 글207 2023.07.10. 1. 예전에는 내가 힘들 때 진심으로 걱정하며 곁에 있어주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사람들은 내가 혼자 잘 이겨낼거라고 이야기 하고는 했다. 그들의 말에 부응이라도 해야할 듯, 나는 혼자 이를 악물고 버텼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나는 기쁠때 함께 기뻐하는 사람이 못되더라도 적어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힘들고 어려울 때 곁에서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자. 그렇지만 그걸 알게된 사람들은 나를 액받이무녀 정도로 취급했다. 그런 사람들을 정리해가면서 내게 남은 사람은 극소수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지치고 지치더라도 나는 그들에게 힘이 되줄수 있는 사람이고 싶었다. 내가 과거 간절히 원했던 만큼..그들도 누군가가 반드시 필요할거라는 믿음에서. 그 과정이 이제는 괴로워지기 시작했다. 그 배신감에 이제 몸이 .. 2023. 7. 10. 숨 - 테드창 2019년에 사두고 이제야 보게 된 책이다. 당시 양장본에 영롱한 별빛같은 표지에 홀려 사긴 했는데 나는 SF적인 소설은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테드창이라면 과학소설을 쓰는 소설가다. 테드창이 말하는 "숨"이란 어떤 의미일까라는 궁금증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첫번째 단편인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은 내가 생각했던 "숨"의 이미지에 부합했다. 배경은 마치 아라비안나이트가 나올법한 과거의 무슬림의 세상이지만 그 안에 신비하게 존재하는 세월의 문이라는 타임슬립을 교묘하게 녹여내었다. 주인공은 미래의 자신을 만나는 등 신비로운 경험을 한다. 주인공은 말미에 이런 이야기를 했다. " 그 무엇도 과거를 지울 수는 없습니다. 다만 회개가 있고, 속죄가 있고, 용서가 있습니다. 단지 그뿐이지만, 그것으로 충분합.. 2023. 7. 9. 2023.07.07. 1. 어제 저녁에 기분에 취해 욱해서 한 행동으로 인한 피로감이 꽤 무겁다. 당장 오늘 해야 할 일들이 그닥 급한것은 없다보니 반수면 상태로 컴퓨터 앞에만 앉아있다. 과식한 점심식사의 탓도 있겠다. 2. 가깝다고 생각하는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믿지 못하는 상황이 우습다. 불안함 위에 쌓은 관계는 영원히 안정적일 수 없고 끝은 무너짐이라는걸 알고 있는 나로서는.. 곧이 믿는것도 모험이거니와 그 뒷감당을 해낼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 불안함을 당연한 듯 받아들여야 하고 결과를 알면서도 계속 나아가고 있는 내가 사실.. 내가 아닌것 같다. 마치 멈추지 않는 공 위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서커스의 곰이 된 기분이다. 3. 사춘기 소녀처럼 방황하나보다. 집중이 되질 않는다. 4. 졸리다. 핸드폰 .. 2023. 7. 7. 2013. 2. 11. 미역국 미역국을 끓일때마다 기분이 묘하다. 내일은 동생 생일이라고 엄마가 전화하셔서 미역국 끓여주라셨다. 엄마는 언니 생일때도 미역국을 끓여주라고 전화하셨었다. 타지에서 형제들과 함께 살고있다보니 나한테 시키는거 다 이해는 하지만.. 난 한번도 내 형제들이 내 생일을 챙긴다고 미역국을 끓여준 적이 없다. 심지어 엄마조차도 내 생일이 한참 지나서야 깜박했다고 전화한다. 시킬 사람이 나밖에 없으니까.. 일부로 늦게 전화하는게 아닌가 할 정도로 십년이 넘도록 엄마는 내 생일에 전화를 한 적이 없다. 생일에 큰 의미부여를 한 적은 없고 굳이 의식하려 한 적도 없다. 생일잔치를 하는 것도 내가 전화해서 내가 사람들을 불러 밥을 먹는것도 웃기고 그냥 생일을 기억하는 그 사람과 밥이나 먹으면서 조촐하게 보내는게 편했다. 내.. 2023. 6. 22. 2012. 9. 10. 고장 자면서 꿈을 꿨는지 심하게 한쪽 귀를 배게에 부비고 잤나보다. 아침에 일어나니 귀에 통증이 상당했다. 오후가 좀 지나고서야 알았다. 오른쪽 귀가 잘 들리지 않았다. 아예 들리지 않는건 아니었다. 마치 높은 산에 오르면 귀가 먹먹한 느낌. 그 느낌이 한쪽만 계속해서 이어진다. 소리가 머리를 울린다. 내가 하는 말소리는 아주 작게 왼쪽으로부터 들려온다. . 소리가 어느 방향에서 나오는지 가늠이 되질 않으니 어지럽기까지했다. 슬슬 짜증이 밀려왔다. 다음날이 되어 병원엘 찾았다. 내시경을 넣더니 대수롭지않게 '고막이 많이 부었네요.' 한다. 무미건조한 말투와 표정없는 얼굴로 그렇게 말하더니 약을 먹으란다. 약국에서 약을 탈땐 약의 성분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가려움증,염증, 소화, ...뭐 그랬던것 같은데 약을.. 2023. 6. 22. 2012. 7. 12. 추억 친구와 시덥잖게 하는 농담에 툭하면 도마위 생선이 되어 난도질 당하는 그는 생각해보면 언젠가 내가 사랑해서 만났던 사람. 울고불고 좋은꼴 하나 없다며 헤어지고 질질짜고 했던 상대방. 그런데 시간은 헤어짐의 고통을 빼앗아갔고 그는 우스꽝스럽게 남아버렸다. 고통말고, 황당한것 말고 그가 남긴건 아무것도 없었을까. 괜히 미안해진다. 나도 누군가에게 웃음거리로 남겨질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만남 자체가 우스웠던건 아니잖은가. 조금 위안이 되는건 이제와서 그것들을 추억이랍시고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끄럽고 어색했던 이야기들은 과자부스러기 입에 넣듯 자연스럽고 가볍게. 아프고 슬펐던 이야기들은 왠지 바보스럽게. 웃긴 이야기처럼 가볍게 치부되는 것이 그저 진지하지 못하다 탓하지 않고 아픔을 가져.. 2023. 6. 22. 2010. 9. 3. 행복과 불행의 사소한 갭 나는 오늘도 지갑에 있던 돈이 전부 그대로 날아가는 경험을 한 후 한숨을 푸욱 쉬며 상대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 어째 지갑이 돈이 있는 날이 없다니까. 지갑에 돈이 없으면 쓸 일도 없어. 그런데 돈이 들어있으면 꼭 그 돈을 다 쓸 일이 생기는거야. 그래서 지갑에 돈을 넣고 다니지 않으려고 해. 그런데 갑자기 급한 일이 생기면 어쩌나 싶어 체크카드라도 들고 다니자 해서 통장에 돈을 채워두면 그 통장에 있는 금액 만큼 쏙 빠질 일이 생기는거야. 이러니 통장이든 지갑이든 돈이 고여있을 새가 없어요.' 그렇게 말하며 나는 돈을 모을 팔자가 못되는거 아니냐며 투덜거리고 있는데 상대방은 나를 상당히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그래도 써야 하는데 없는 것 보단 낫지 않아?' 라며 말이다. 그러면서 말을 이어.. 2023. 6. 22. 2010. 8. 21. 고양이 밤 11시가 다 되어 창 밖에서 아르릉 거리며 싸우는 고양이 소리가 들렸다. 여름이면 언제나처럼 들리는 동네 길냥들의 싸움이려니. 창 가에 앉아 야웅캬웅 흉내내고 혼자 놀고 있었다. 잠시 뒤 언니가 들어오면서 아유 재수없어를 연발하는 것이다. 그래서 왜그러냐 했더니 집 안 화단 앞에 까만 고양이 한마리가 죽어 있었단 것이었다. 심지어 밟을 뻔도 했다며 정말 고양이는 싫어! 하더니 화장실로 갔다. 아..순간 너무너무 미안했다. 옆에서 피튀기며 생사를 건 싸움을 하고 있었는데 난 그냥 흉내내며 혼자 놀고 있었구나.. 씁쓸한 마음에 슬쩍 밖으로 나가 보니 계단 앞에 까만 고양이가 누워있었다. 하지만 언니 말처럼 죽지는 않았나보다. 아픈 소리를 내고 고개를 들려고 움찔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림자처럼 그런 까만.. 2023. 6. 22. 2010. 8. 12. 사랑하는 사람들 동생이 연수를 간 사이에도 난 한번도 동생방에 들어가지 않았었다. 치워도 치워도 병인 것처럼 어지르는 동생의 방에 들어가면 내 머리가 다 아파 버렸기 때문에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언제나처럼 동생은 회사에서 돌아오면 여자친구와 통화를 하거나 제 방에 틀어박혀 인터넷 서핑을 즐기곤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아침 가장 먼저 집을 나섰었다. 주말이면 언제나 약속이 있어 집에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며 설령 있더라도 언제나 자고 있는 모습 뿐. 원래가 말수도 적고 붙임성 있는 녀석이 아니기에 나는 3살이나 많은 누나가 되가지고도 동생에게 툴툴대거나 양말 뒤집어 벗어놓지 말라는 핀잔만 할 뿐이었다. 오늘은 성능좋은 동생의 컴퓨터를 잠깐 빌려 쓸까해서 들어갔는데 언니가 그새 동생 이부자리도 빨아널고 청소를 했나보다. 예.. 2023. 6. 22. 2009. 11. 6. 오빠들, 해결해주려고 할 필요 없어요 계절이 바뀔때마다 특히나 싱숭생숭해지기에 더 없이 마음이 불안정한 요즘, 머리로는 생각하는데 몸이 잘 안따라주고 있는 실정이다. 글쎄, 여유부릴 처지도 아니고 나이는 더더욱 아닌데 그걸 누구보다도 아주 자알 알고 있는 나인데도 말이다. 당췌 몸이 움직여주질 않는다는게 너무 답답하기만 하다. 내 몸뚱이인데 왜 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걸까. 아는 오빠와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 주제가 나왔다. 아니 그런데 이 분, 거의 열폭 수준으로 나를 어떻게든 해보려고 하시는거다. 예를 들면, 왜 생각은 하는데 실천을 안하냐, 불안하지도 않냐, 그러면 나는 그러게요, 머리는 잘 아는데 몸이 안움직여요. 분명히 오빠가 하시는 말씀이 당연한건데 이상하게 그래요. 매너리즘일까요, 가을을 타는걸까요.. 2023. 6. 22. 2009. 8. 9. 기억이란 놈은 매섭게 사람 하나를 흔들어 놓기도 하지만 망각은 그 무서운 녀석을 순식간에 무기력하게 하기도 한다. 추억이란 말이 좋아 추억이지 사실 시간이 지나면 감정은 잊혀지고 사실만 기억된다. 악에 받친 감정들은 모두다 사라져버리니 그래 '사실'을 '추억'이라 말하는 거라면 할말은 없다만 그나마도 다행이라 할 수 있지 않은가. 어느순간 마치 십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것처럼 느껴지는건 다른 생활공간에서 생활하고 다른 사람을 만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기억을 하게끔 하는 많은 것들이 지워없어지기도 했지만 사실 이젠 관심이 없다고 하는게 맞을거야. 순간 무서운 생각마저 들었다. 이젠 일련의 사건과 기억들이 이처럼 쉬워지는구나. 아무것도 아닌것들이 되는구나. 사람과의 관계는 가벼워지고 내 머릿속은 체.. 2023. 6. 22. 2008. 12. 11 비가온다 어두운 바깥에 서 있는 나는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아 존재감마저 사라진다. 차갑고 습한 공기가 코와 목으로 전해져 내 몸 속에서 그와 같은 차가운 비가 내리는 것 같다. 깜깜한 하늘 아래 나 혼자만은 아닐텐데 나는 왜그렇도록 혼자이길 스스로 세뇌하고 있는걸까. 그냥 외로움을 온몸으로 느끼며 더 독해지길 바라는걸까. 단순히 어두움을 즐기며 고독하고 싶어하는 걸까. 밤마다 비는 오고 그럴때마다 난 그 속에서 그냥 혼자였다. 세상사람 그렇게 많다고 하지만 난 그냥 그속에서 혼자였다. 2023. 6. 22. 이전 1 ··· 6 7 8 9 10 11 12 ··· 1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