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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구

인간의 욕구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유명한 것이 매슬로우의 5단계 욕구다. 생리적욕구-안전욕구-사회적 욕구- 존경에 대한 욕구 - 자아실현의 욕구 욕구는 위계가 있고 퇴행하지 않는다는 이론이다.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또이게 참 단순하고 효율적인 이론이라 버릴 수도 없다. SNS를 하고싶어 하는 욕구는 어디에 해당되려나? 사회적욕구와 존경에 대한 욕구 언저리려나? 나는 SNS를 하지 않는다. 요즘 어르신들도 한다는 인스타, 트위터, 페이스북 모두 안한다. 계정은 있다. 사진도 몇 개 올라가 있지만 다 몇 년 전쯤 올리고 만 사진이 대부분이다. 비공개로 돌리고 싶은데..어떻게 하는건지도 모른다. 안하는 이유는 SNS를 안하는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다. 1. 별로 다른 사람의 꾸며진 삶에 관심이 없는데 일처럼 좋아..

2023.07.11

2013. 2. 11. 미역국

미역국을 끓일때마다 기분이 묘하다. 내일은 동생 생일이라고 엄마가 전화하셔서 미역국 끓여주라셨다. 엄마는 언니 생일때도 미역국을 끓여주라고 전화하셨었다. 타지에서 형제들과 함께 살고있다보니 나한테 시키는거 다 이해는 하지만.. 난 한번도 내 형제들이 내 생일을 챙긴다고 미역국을 끓여준 적이 없다. 심지어 엄마조차도 내 생일이 한참 지나서야 깜박했다고 전화한다. 시킬 사람이 나밖에 없으니까.. 일부로 늦게 전화하는게 아닌가 할 정도로 십년이 넘도록 엄마는 내 생일에 전화를 한 적이 없다. 생일에 큰 의미부여를 한 적은 없고 굳이 의식하려 한 적도 없다. 생일잔치를 하는 것도 내가 전화해서 내가 사람들을 불러 밥을 먹는것도 웃기고 그냥 생일을 기억하는 그 사람과 밥이나 먹으면서 조촐하게 보내는게 편했다. 내..

2023.06.22

2012. 9. 10. 고장

자면서 꿈을 꿨는지 심하게 한쪽 귀를 배게에 부비고 잤나보다. 아침에 일어나니 귀에 통증이 상당했다. 오후가 좀 지나고서야 알았다. 오른쪽 귀가 잘 들리지 않았다. 아예 들리지 않는건 아니었다. 마치 높은 산에 오르면 귀가 먹먹한 느낌. 그 느낌이 한쪽만 계속해서 이어진다. 소리가 머리를 울린다. 내가 하는 말소리는 아주 작게 왼쪽으로부터 들려온다. . 소리가 어느 방향에서 나오는지 가늠이 되질 않으니 어지럽기까지했다. 슬슬 짜증이 밀려왔다. 다음날이 되어 병원엘 찾았다. 내시경을 넣더니 대수롭지않게 '고막이 많이 부었네요.' 한다. 무미건조한 말투와 표정없는 얼굴로 그렇게 말하더니 약을 먹으란다. 약국에서 약을 탈땐 약의 성분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가려움증,염증, 소화, ...뭐 그랬던것 같은데 약을..

2023.06.22

2010. 9. 3. 행복과 불행의 사소한 갭

나는 오늘도 지갑에 있던 돈이 전부 그대로 날아가는 경험을 한 후 한숨을 푸욱 쉬며 상대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 어째 지갑이 돈이 있는 날이 없다니까. 지갑에 돈이 없으면 쓸 일도 없어. 그런데 돈이 들어있으면 꼭 그 돈을 다 쓸 일이 생기는거야. 그래서 지갑에 돈을 넣고 다니지 않으려고 해. 그런데 갑자기 급한 일이 생기면 어쩌나 싶어 체크카드라도 들고 다니자 해서 통장에 돈을 채워두면 그 통장에 있는 금액 만큼 쏙 빠질 일이 생기는거야. 이러니 통장이든 지갑이든 돈이 고여있을 새가 없어요.' 그렇게 말하며 나는 돈을 모을 팔자가 못되는거 아니냐며 투덜거리고 있는데 상대방은 나를 상당히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그래도 써야 하는데 없는 것 보단 낫지 않아?' 라며 말이다. 그러면서 말을 이어..

2023.06.22

2010. 8. 21. 고양이

밤 11시가 다 되어 창 밖에서 아르릉 거리며 싸우는 고양이 소리가 들렸다. 여름이면 언제나처럼 들리는 동네 길냥들의 싸움이려니. 창 가에 앉아 야웅캬웅 흉내내고 혼자 놀고 있었다. 잠시 뒤 언니가 들어오면서 아유 재수없어를 연발하는 것이다. 그래서 왜그러냐 했더니 집 안 화단 앞에 까만 고양이 한마리가 죽어 있었단 것이었다. 심지어 밟을 뻔도 했다며 정말 고양이는 싫어! 하더니 화장실로 갔다. 아..순간 너무너무 미안했다. 옆에서 피튀기며 생사를 건 싸움을 하고 있었는데 난 그냥 흉내내며 혼자 놀고 있었구나.. 씁쓸한 마음에 슬쩍 밖으로 나가 보니 계단 앞에 까만 고양이가 누워있었다. 하지만 언니 말처럼 죽지는 않았나보다. 아픈 소리를 내고 고개를 들려고 움찔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림자처럼 그런 까만..

2023.06.22

2010. 8. 12. 사랑하는 사람들

동생이 연수를 간 사이에도 난 한번도 동생방에 들어가지 않았었다. 치워도 치워도 병인 것처럼 어지르는 동생의 방에 들어가면 내 머리가 다 아파 버렸기 때문에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언제나처럼 동생은 회사에서 돌아오면 여자친구와 통화를 하거나 제 방에 틀어박혀 인터넷 서핑을 즐기곤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아침 가장 먼저 집을 나섰었다. 주말이면 언제나 약속이 있어 집에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며 설령 있더라도 언제나 자고 있는 모습 뿐. 원래가 말수도 적고 붙임성 있는 녀석이 아니기에 나는 3살이나 많은 누나가 되가지고도 동생에게 툴툴대거나 양말 뒤집어 벗어놓지 말라는 핀잔만 할 뿐이었다. 오늘은 성능좋은 동생의 컴퓨터를 잠깐 빌려 쓸까해서 들어갔는데 언니가 그새 동생 이부자리도 빨아널고 청소를 했나보다. 예..

2023.06.22

2009. 11. 6. 오빠들, 해결해주려고 할 필요 없어요

계절이 바뀔때마다 특히나 싱숭생숭해지기에 더 없이 마음이 불안정한 요즘, 머리로는 생각하는데 몸이 잘 안따라주고 있는 실정이다. 글쎄, 여유부릴 처지도 아니고 나이는 더더욱 아닌데 그걸 누구보다도 아주 자알 알고 있는 나인데도 말이다. 당췌 몸이 움직여주질 않는다는게 너무 답답하기만 하다. 내 몸뚱이인데 왜 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걸까. 아는 오빠와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 주제가 나왔다. 아니 그런데 이 분, 거의 열폭 수준으로 나를 어떻게든 해보려고 하시는거다. 예를 들면, 왜 생각은 하는데 실천을 안하냐, 불안하지도 않냐, 그러면 나는 그러게요, 머리는 잘 아는데 몸이 안움직여요. 분명히 오빠가 하시는 말씀이 당연한건데 이상하게 그래요. 매너리즘일까요, 가을을 타는걸까요..

2023.06.22

2017.3.24. 무지개다리

21일 새벽 강아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갔다. 상태가 너무 안좋다는 얘길 듣고 18일에 본가가서 데려와 버렸다. 토요일 일요일 이틀간은 하루종일 끼고 억지로 먹이고 재우고 했는데 출근하고 나서가 너무 걱정이었다. 아프리카티비를 씨씨티비로 이용해보려고 했지만 실패. 그렇게 월요일에 불안한 마음으로 출근했고 9시가 다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갔다. 다행히 버티고는 있었지만 눈은 퀭해지고 눈꼽이 눈 안에 잔뜩 낀 채로 문 앞에서 간신히 서 있었다. 그나마 설탕물은 다 먹었는데 소변도 한번 안보고 있었나보다. 아 정말 죽는구나하는 생각이 드니 너무 마음이 아파 보기도 힘들었다. 주사기로 죽을 넣어줘도 삼키지 않고 물고만 있다가 주르륵 흘려버렸다. 더 이상 억지로 뭘 먹이는 것도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열심히 검색하다가..

2023.06.08

2015.9.29. 추석과 엄마

일년에 두 번 있는 명절중 하나가 돌아왔다. 아무것도 없는 명절은 올해로 3년이 되었을까. 엄마는 3~4년 전부터 치매증상을 보이셨다. 자식들 모두 출가중이고 아버지도 바쁘셔서 아무도 모르는 사이 엄마는 치매인 줄도 모르고 일년 정도를 보내셨다. 3년 전쯤 엄마가 가방을 잃어버렸다고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 그러면서 아버지를 의심했다. 아버지가 가져갈 하등의 이유가 없었기에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그게 치매 전조 증상이었던거다. 장롱 깊숙히 숨겨둔 가방은 곧 발견되었다. 그리고나서 병원을 찾았고 치매 초기진단을 받았다. 자기가 치매라는걸 안 순간 온 집안이 초토화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물론 조금 지나면 잊어버리시지만. 약봉지를 갈기갈기 찢어놓아버린다고 하신다. 초기라고 하지만 체감은 그렇지 못했다. 밥 ..

2023.06.08

2014.4.29. 외로움

외로움은 사실 다양하다. 혈혈단신이라 느끼는 외로움, 사회에 소속감이 없어 생기는 외로움, 애인이 없어 생기는 외로움, 경쟁속에서의 외로움. 외에도 많은 외로움이 있다. 보통 막연한 외로움은. 당장 나 혼자인 것 같고 모든걸 혼자 이겨내야 할때 주로 찾아온다. 이 외로움은 애인이 있건없건 친구가 있건없건 시시때때로 찾아와 괴롭히곤 한다. 문제는 이런 외로움이 찾아올 때 애인에게 기대고 싶어 한다는 것이고 사실 어느정도 애인이 그 외로움에 기여한바가 있으니 너또한 나를 위로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애인에게 동정을 구해보지만 애인은 그걸 "애처럼 굴지마라"던가 "그렇게 나약해선 세상살기 어렵다"며 선을 긋는데 여기서 그런말이 나온다. 인생, 다 필요없어. 빈말이라도 힘들었구나, 라던가 ..

2023.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