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33

싯다르타 - 헤르만 헤세

이번 여름에 울릉도 투어를 가면서 기차를 2시간 40분 혼자 타게 되었다.이때다, 싶었다. 책을 읽을 시간 ㅎㅎㅎ 제목의 '싯다르타'는 주인공의 이름이다.또한 석가모니의 본명이다. 석가모니의 깨달음을 찾아가는 인생의 과정을 헤르만 헤세의 시점에서해석해 풀어쓴 책이라고 보면 될 듯 하다. 싯다르타는 가장 높은 계급의 바라문의 아들이다.부유하고 유복하게 자랐지만 어렸을 때부터 똘똘했기 때문이었는지자신의 존재 저 깊은 곳의 내밀한 비밀을 찾기 위해 그 모든 걸 뒤로한 채 여정을 떠난다. 그는 출가하여 사문들을 따라다니며 고행을 하였지만 내면의 깨달음을 찾지 못했다.이후 깨달은 자라 불리는 고타마를 찾아가 설법을 들었지만 설법 또한 새로운 의문을 남길 뿐이었다.그렇게 다시 떠돌다가 만나게 된 카밀라를 통해 쾌락..

읽기 2024.08.26

헤겔&마르크스 : 역사를 움직이는 힘

휴가 갈 때면 비행기에서 늘상 책을 읽는다.혼자 다닐때도 더러 있는터라 비행기 기다리면서 시간 때우기엔 책 읽는 게 최고다.여튼 이번 휴가를 갈 때도 비행기는 혼자 탔으므로 이 짧은 책은 가는 길에 다 읽기 충분했다. 처음은 칸트의 계몽주의적 역사관으로 시작했다가헤겔의 변증법에 관한 설명이 나오고 그의 영향을 받은 마르크스의 사상이 나오면서두 사람 간 사상의 같은점과 다른점을 되도록 쉽게 설명하기 위해 애쓰는 게 보이는 책이다.결국 마르크스의 사회주의의 뒤를 잇는 레닌의 사회주의까지 쭈욱 설명을 하는데 골자는 역시 현대의 자본주의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가 아닐까 싶다. 이상적인 마르크스의 사회주의와 급진적인 레닌의 사회주의를 이해하다보면결국 지난 현대사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철학이라는 것은 ..

읽기 2024.06.25

고래 - 천명관

장편소설은 너무나도 오랜만이었다.덕분에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이야기가 가슴속에 풍부하게 채워졌달까.60년대 영화를 보는듯 하면서도 판타지적인 요소들이 가미되어 이야기에 흠뻑 빠졌었다.소설인듯, 소설이 아닌듯 한 이야기의 설명방식과 흐름에 매료되었다. 이야기의 흐름은 다소 거칠다. 배경 자체가 다소 거친 시대였기에 그 거친 배경에서 벌어진 일들이 제법 당연하게 와닿았다. 그 어느것도 될 수 있었던 이야기들.금복과 춘희.수 없이 반복되는 인간사의 법칙.고래는 금복에게 희망이자 선망이자 꿈이었던 대상이었지만물속으로 사라지는 고래처럼 금복이 만들어낸 고래는 화염속에서 덧없이 한 순간에 사라졌다.춘희가 서명란에 개망초꽃을 그려넣었을 때, 책에서 그 그림을 마주하는 순간이 거칠디 거친 여자들의 인생사 전체가..

읽기 2024.04.15

세계의 끝 여자친구

"우리는 대부분 다른 사람들을 오해한다. 네 마음을 내가 알아, 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네가 하는 말의 뜻도 나는 모른다, 라고 말해야만 한다. 내가 희망을 느끼는 건 인간의 이런 한계를 발견할 때다. 우린 노력하지 않는 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세상에 사랑이라는게 존재한다. 따라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한, 우리는 노력해야만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노력하는 이 행위 자체가 우리 인생을 살아볼 만한 값어치가 있는 것으로 만든다. 그러므로 쉽게 위로하지 않는 대신에 쉽게 절망하지 않는 것, 그게 핵심이다." 사실상 이야기의 전체를 꿰뚫는 작가의 말이었다. 이 소설은 9개의 단편 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김연수의 스타일대로 각자의 사정에 맞는 각자의 사랑을 하는 이야기이다. 사랑의 ..

읽기 2024.01.16

데일카네기의 인간관계론

데일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은 타인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일종의 자기계발서다. 생각보다 잘 읽히는 이유는, 주제별 예시로 실제 있었던 일들을 간략하게 제시하고 있고 그 상황별로 나는 어떻게 했을까 라는 고민을 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 아닐까싶다. 책에 나오는 상황에 그만큼 몰입하기가 쉬웠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상대방의 문제점을 곧바로 지적하지 말고, 비난하지 말고, 화내지말고 본인을 낮추고 상대를 높이며 진심어린 칭찬을 하면 상대방은 어느 순간 내 의도대로 움직여 질지어다, 다. 예시로 든 상황 속 나라면? 이라는 상상을 해보았는데.. 역시 도를 닦지 않으면 불가능할 것 같다. 읽었다고, 배웠다고해서 곧바로 실천되는것도 아닌듯 하다. 조금씩 연습이 필요하고, 인간에 대한 이해가 우선 더 선행이 되어야 ..

읽기 2023.12.26

모순 - 양귀자

"삶은 그렇게 간단히 말해지는 것이 아님을 정녕 주리는 모르고 있는 것일까. 인생이란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기꺼이 악을 선택하게 만들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모순과 손잡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주리는 정말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과 '원미동 사람들' 로 유명한 양귀자의 옛 소설이다. 최근 읽는 책의 제목을 보면 그 사람의 심리상태를 알 수 있다고 하는데 아주 당당하게 "모순"이 당첨되셨다. 주인공의 이름부터가 모순이다. 안진진. 참 진 자가 두개가 붙어있는 이름. 과한 긍정은 부정이다. 그 성 또한 그 이름을 부정한다. 사랑하지 않는 남자에게는 솔직했지만, 사랑하는 남자에게는 내 치부를 감추게 되는 삶이라.. 시작부터가 모순이다. 힘에 부치는 역..

읽기 2023.10.07

구해줘 - 기욤 뮈소

기욤 뮈소의 소설이 한창 유행하던 시절 사두고 이제서야 보게 된 책. 뭔가 책을 읽으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거나 꽝하고 인상깊었던 문구는 없었다. 그래서 적을 문구가 없다는 게 조금 아쉽다. 책은 마치 영화를 보는 느낌을 주었다. 글에서 느껴지는 계절감이나 색감의 디테일한 설명이 그런 느낌을 주었던 것 같다. 그리고 10년 전 죽은 사람이 사자로 다시 현실에 나타난다는 설정 또한 영화같았다. 제목처럼, 주인공들은 서로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를 구하기 위해 애를 쓴다. 여자 주인공인 줄리에트는 본인 스스로를 구하기 위해 뉴욕으로 왔다가는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남자 주인공인 샘은 우연히 만난 줄리에트를 만나 본인 스스로를 구하더니 죽음의 위기에 처한 줄리에트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게다가 샘은 일면..

읽기 2023.09.27

너무나 많은 여름이 - 김연수

알라딧 굿즈 때문에 장바구니에 구겨넣어 구입한 이유도 있고 이 책의 표지가 이번 여름을 이겨내기에 좋을 것 같기도 해서 선택한 책이다. 책은 매우 짧은 단편소설 20 편으로 이루어져있다. 마치 유튜브 쇼츠를 보는 기분이랄까. 이제는 소설조차도 짧아지는건가 싶었는데 작가의 말을 보니 짧은 이유가 낭독을 위한 소설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해할 뻔. 하지만 짧기 때문에 여운이 있었고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들기도 했다. 앞 뒤의 구체적인 설명이 생략되어 있지만 책을 읽으면서 아.. 그랬구나 하면서 이해할 수 있었다. 책의 이야기들은 여러 종류의 사랑, 그리움, 시간, 시대를 그리고 있었다. 마지막 이야기인 '너무나 많은 여름이' 편에서 결국 눈물은 터졌다. 책을 읽는 동안 알 수 없는 이유로 계속해서 가슴이 두근..

읽기 2023.09.07

나무 위의 남작 - 이탈로 칼비노

" 남을 배려하지 않는 세대,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욕심을 부리며 세상 모든 것, 심지어는 자기 자신에게도 호의적이지 않은 세대의 출현으로 세상은 변해 버렸다. 이제 나무 위로 당당히 걸을 수 있는 코지모 같은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다." 이 대목에서 알 수 있듯, 작가는 나무위에서 살고 있는 남작, 코지모를 본인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인간형으로 그리고 있다. 현실과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한 발 떨어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넓은 시야를 가진 사람. 인간만을 중심으로 하지않고 동식물 대자연 모두와의 조화를 생각하며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사람. 편협한 틀에 갇혀있지 않지만 주관과 소신이 뚜렷한 사람. 사춘기도 겪고 사랑에 고통받는, 완벽하지 않지만 완벽한 사람. 그의 우리들의 선조들 마지막 시리즈..

읽기 2023.08.17

숨 - 테드창

2019년에 사두고 이제야 보게 된 책이다. 당시 양장본에 영롱한 별빛같은 표지에 홀려 사긴 했는데 나는 SF적인 소설은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테드창이라면 과학소설을 쓰는 소설가다. 테드창이 말하는 "숨"이란 어떤 의미일까라는 궁금증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첫번째 단편인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은 내가 생각했던 "숨"의 이미지에 부합했다. 배경은 마치 아라비안나이트가 나올법한 과거의 무슬림의 세상이지만 그 안에 신비하게 존재하는 세월의 문이라는 타임슬립을 교묘하게 녹여내었다. 주인공은 미래의 자신을 만나는 등 신비로운 경험을 한다. 주인공은 말미에 이런 이야기를 했다. " 그 무엇도 과거를 지울 수는 없습니다. 다만 회개가 있고, 속죄가 있고, 용서가 있습니다. 단지 그뿐이지만, 그것으로 충분합..

읽기 2023.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