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08 2008. 12. 11 비가온다 어두운 바깥에 서 있는 나는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아 존재감마저 사라진다. 차갑고 습한 공기가 코와 목으로 전해져 내 몸 속에서 그와 같은 차가운 비가 내리는 것 같다. 깜깜한 하늘 아래 나 혼자만은 아닐텐데 나는 왜그렇도록 혼자이길 스스로 세뇌하고 있는걸까. 그냥 외로움을 온몸으로 느끼며 더 독해지길 바라는걸까. 단순히 어두움을 즐기며 고독하고 싶어하는 걸까. 밤마다 비는 오고 그럴때마다 난 그 속에서 그냥 혼자였다. 세상사람 그렇게 많다고 하지만 난 그냥 그속에서 혼자였다. 2023. 6. 22. 비 오던 날 - 용혜원 쏟아져 내리는 비가 핏줄 마다 흐르고 심장까지 채우고 목차오르는 날이 있다 온 세상이 푹 젖고 있는데 왜 나만 유난히 왜 갈증이 날까 왜 갑자기 삶이 싫어질까 왜 갑자기 삶이 무의미해질까 왜 갑자기 삶이 시시해질까 무언가 자꾸만 입 안에 쏟아 붓고만 싶어진다 모든 허무가 다 씻겨내리도록 괜시리 눈물이 난다 왜 갑자기 삶이 슬퍼질까 저절로 울게 된다 - 용혜원님의 중에서 - 2023. 6. 22. 2008.12.6. 어떨땐 어떤 일은 그냥 내버려두는게 나을때가 있다. 조바심내며 안달하면서 손가락을 들이밀며 병 목 깊이 박혀있는 코르크마개를 계속해서 안으로 쑤셔대는 꼴만 될 뿐이란걸 뻔히 알면서도 그렇게 하고야 말 때가 있다는게 문제다. 더 악화되는것보다 지금 그렇게 이도저도 아니게 끼워져있는게 차라리 안전할지도 모른다. 그치만 병을 보고 있자면 내 목구멍속에 마개가 끼어있는것처럼 답답해서 하루종일 병을 만지작거리며 안절부절 못하는 것이다. 가끔은 내용물이 어떻게되든 깨버릴까. 혹은 젓가락으로 쑤셔가며 코르크가루가 둥둥뜬 와인을 그냥 마셔버릴까. 이런 저런 고민을 하지만 내게 와인을 준 사람을 생각해서라도 난 그냥 맛있게 마신 척, 훌륭한 척 연기를 하면서 병을 깊숙이 숨겨두곤 또 혼자 끙끙 앓곤 하는 것이다. 2023. 6. 22. 기형도 전집- 기형도 기형도의 전집을 구입했던 건 아마 2013년 쯤으로 기억한다. 당시 어떤 이유에서인지 새로 출간한다고 해서 구입한 뒤에 정말정말 아껴봤던 책이다. 나는 기형도의 "질투는 나의힘"이라는 시를 참 좋아한다. 솔직한 작가의 심정이 유독 훅 느껴진달까. 기형도의 시는 대부분 그러하다. 현실의 불안과 고통, 그리고 자기성찰이 여실히 드러나는 그의 글 들 하나하나는 위태로운 삶의 동반자와 같은 느낌을 준다.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떄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출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 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2023. 6. 22. 2008. 12. 2. 2008 2008년 12월 마지막 한 달을 남겨두고 내가 지나온 2008년은 전쟁 그 자체였다. 감정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큰 일들이 뭉텅 뭉텅 있던 한 해였던것 같다. 사람에 대한 불신도 깊어지고, 믿음에 대한 배신도 크게 당했고, 공부를 하면서, 일을 하면서 받던 스트레스도 꽤 컸다. 12월이 되고보니 어째 그냥 한해를 한바퀴 돌고 제자리로 온 기분이 든다. 작년 12월부터 올해 12월까지. 말그대로 난 한바퀴만 쭉 돌아왔다. 남은것 하나없이 복잡한 기억만 가지고 한바퀴를 돌아온 셈이다. 그렇게 진폭이 크던 내 감정들이 지치고 지쳐서 스스로를 놓아버렸던 시간을 지나고나서보니 2008년 시작 전 나의 모토는 지금 생각하면 한없이 우습지만 바로 안정감 이었다. 하지만 생각처럼 나의 안정감은 오지 않았고 폭풍속에서 .. 2023. 6. 22. 2008.11.16. 사과 그가 잘못을 했든 안했든간에 그는 언제나 먼저 사과했다. 불필요한 소모전이 싫어서일수도 있고 별 거 아닌 일이 크게 확대되는게 싫어서일수도 있고 그냥 그러고 싶기 때문일수도 있다. 그런 그에게 나는 멋쩍게 웃을수 밖에 없었다. 또다시 화를 내기 싫어서일수도 있고 미안하다 말하기 쉽지 않았을 그에게 매정하게 굴기 싫어서일수도 있고 그냥 그러고 싶기 때문일수도 있다. 2023. 6. 22. 深淵 온몸에서 락스냄새가 난다. 콧속에 아직도 물이 남아 있는지 시큰하다. 머리카락은 푸석하고 피부는 거칠하다. 그렇게 물 속을 헤메고 나왔어도 어느새 나와버리면 그 느낌을 잊는다. 독한 소독약 냄새와 콧속의 고약함만 남는다. 너의 마음속 어딘가에도 그와 같은 깊은 웅덩이가 있는듯하다. 2023. 6. 22. 2008.11.12. 미래 앞만 보며 살았다. 정작 중요한 오늘을 미루면서. 결국 내일을 걱정하지만 항상 그 내일은 오늘이었다. 돌아볼 필요도 없고 내일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오늘을 열심히 살면 어제도 뿌듯하고 내일도 힘이 날 것을. 2023. 6. 22. 2008.7.29. 희망고문 운명일지도 몰라. 이 것. 또는 이 사람은. 난 이제 운명이란 말을 믿지 않기로 했다. 너와 내가 운명따위로 얽힌다는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모든 소소한 사건과 물건을 운명이란 이름으로 엮다가 어느날 갑자기 조금만 틀어지면 순식간에 운명이란 실타래는 치미는 화에 활활 불타버리고 서로 얽혀있다는 강한 밀착감은 그와 함께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리곤 이런 말을 중얼거리겠지.. "너와 나는 너무 맞지 않아." 너와 나의 성격이 맞지 않는 것과 너와 나는 운명일지도 모른다는 말 사이엔 엄청난 모순이 존재한다. 그래서 입을 다물기로 했다. 연애라는 건 사람이 다르고 하는 일이 달라도 사실 거기서 거기인 일들이 많다. 그런 일들이 마치 너와 내가 운명인 것처럼 사람 마음속을 들쑤셔놓고는 뭔가 작은 수가 틀리면 무책임.. 2023. 6. 22. 2008.7.29. 以心傳心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힘이 내겐 얼마나 있을까. 잘 생각해보자. 다른 사람의 마음이 내맘 같지 않다고 화를 먼저 내지 않았는지. 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혹여 다른 사람이 내 마음만을 이해하고 알아주길 바라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내가 그 사람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바보같은 실수를 했는지도 모른다. 무조건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게 바로 나였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사람의 일이란 건 참 유치하기 짝이없다. 죽일것처럼 부들부들 떨며 으르렁 거리고 못잡아 먹어 안달난 듯 화를 내기도 하지만 사실, 내가 당신을 얼마나 위하는데 왜 당신은 그걸 몰라주냐는 맘에 이렇게 화를 내고 있다는걸 왜 상대는 몰라줄까 라는게 맞을지도 모른다. 내 뜻을 전달하는 능력이 부족함에 상대에게 상.. 2023. 6. 22. 2008. 7. 17. ‘내일 상담으로 큰 계약을 따낼 수 있느냐 마느냐가 결정된다. 긴장하면 어쩌지? 실패하면 어떡한다?’ 그런 생각에 밤새 뜬눈으로 보낸다. 그러나 문제가 고민한다고 해서 해결되는가. (…) 고민하고 있을 시간이 있다면 차라리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고 그것을 하나씩 정리하는 편이 낫다. 구체적으로 무엇인가를 하고 있으면 걱정은 해결할 수는 없더라도 마음은 안정된다. 또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을 틈이 없었다. 사이토 시게타의 중에서 궁금해서 전화를 하긴 했지만 시험 결과가 어떻게 나왔냐고 대놓고 물어보기가 좀 그랬다. 그래서 뭐하고 있냐고 내가 인사처럼 던지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청소 중이야.” 결과가 어떻게 나오던 개의치 않는다는 듯이 그는 어지럽혀진 것들을 치우고 쓸고 닦으면서 그 나름대로 .. 2023. 6. 22. 2023. 6. 20. 1. 몇 년 전부터 검색만 해대면서 기웃거리기만 하다가 좋은 기회가 생겨 어제 스피커를 하나 샀다. 이제 집에서 책 읽을 때 허접한 핸드폰 스피커로 안들어도 됨. 오늘 아침 곧바로 배송이 되어 유튜브 노래를 틀어봤는데 개똥같은 음악도 고급지게 나오는구나..좋긴 좋다. 스탠드는 못샀다.. 너무 비싸서 싸게 살 수 있는 방법 궁리좀 하고 사야겠다. 그동안은 화분 받침위에 계셔야 할듯. 2. 커피를 좋아라해서 대학생때는 프렌치 프레스를 샀다. 압력으로 추출된 커피가 먹고 싶어 그 다음엔 모카포트를 샀다. 커피향을 온전히 느끼고 싶어 그라인더를 사고 홀빈을 주문했다. 그러다가 이래저래 귀찮아지기 시작하면서 캡슐머신을 샀다. 그 이후에 어쩌다보니 반자동 머신을 선물로 받았다. 그런데 이게 말이 반자동이지 거의 수.. 2023. 6. 20. 이전 1 ··· 7 8 9 10 11 12 13 ··· 1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