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뀔때마다 특히나 싱숭생숭해지기에
더 없이 마음이 불안정한 요즘,
머리로는 생각하는데 몸이 잘 안따라주고 있는 실정이다.
글쎄, 여유부릴 처지도 아니고 나이는 더더욱 아닌데
그걸 누구보다도 아주 자알 알고 있는 나인데도 말이다.
당췌 몸이 움직여주질 않는다는게 너무 답답하기만 하다.
내 몸뚱이인데 왜 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걸까.
아는 오빠와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 주제가 나왔다.
아니 그런데 이 분,
거의 열폭 수준으로 나를 어떻게든 해보려고 하시는거다.
예를 들면, 왜 생각은 하는데 실천을 안하냐, 불안하지도 않냐,
그러면 나는 그러게요, 머리는 잘 아는데 몸이 안움직여요.
분명히 오빠가 하시는 말씀이 당연한건데 이상하게 그래요.
매너리즘일까요, 가을을 타는걸까요. 라고 말했다.
몇번의 대화를 하다가 급기야 나에게 정신병원에 가 보라는 이야기까지 하더라.
그래, 뭐 어쨌든 합리화라면 합리화고
말대답이라면 말대답일수도 있는 대화였으니까.
그래서 피식 웃으며 내가 그정도까지 심각해 보이냐고 말했다.
그랬더니 오빠도 답답하셨던지
자기가 어떻게 해라 하면 예, 하고 노력을 하진 않고
변명만 늘어놓으니 차라리 전문가와 상담을 받는게 좋겠단 의미라고 하신다.
그 사람 말은 들을거 아니냐면서 말이다.
그래서 이렇게 대답해 드렸다.
왜 남자들은 여자의 상황을 무작정 해결하려고만 하는 걸까요?
그냥 다만 들어주고 공감만 해줘도 될 일인데요.
라고 말이다.
그러자 태도가 급변하는 그 분이 내게 여자친구는 반응이 다르냐고 물어본다.
그래서 예, 하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여자 친구들은 맞아맞아, 그래, 나도 그런적이 있었어. 라며 공감을 해줘요.
이렇게 해, 저렇게 해, 하면서 자기말을 안듣는다고 화를 내진 않아요.
그랬더니 그러면 뭐하러 친구와 이야기를 하냐며 묻는다.
해결점이 나오지도 않는데 시간낭비가 아니냔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답해드렸다.
누구에게 해결을 바라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건 아니에요.
그저 답답한 마음을 누군가가 이해해주길 바라는 거지요.
또 이야기를 하고 맘을 털어놓다보면 어느사이엔가 스스로
그래, 떨쳐내야지 하는 의지가 생기곤 해요.
친구가 제 인생을 살아주는건 아니잖아요. 결국은 내 몫이지.
그러자 그 오빠의 얼굴이 묘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저도 오빠도 각자 눈앞에 할일도 바쁜데 제가 오빠한테 설마
제 상태를 해결해 달라면서 이런 얘기를 했겠어요.
다만 그냥 답답했을 뿐이에요.
왜 남자들은 무슨 일이건 해결부터 하려고 드는걸까요.
그것만 아니어도 싸우는 일이 부쩍 줄어들텐데.
결국 뭐 그 분도 이제야 내 태도가 왜그랬는지를 대충 알것 같다며
씁쓸한 미소를 짓고 자리로 돌아가셨다.
오빠들,
언니들이 뭔가 삶이 찝찝하고 고단하다고 한마디 했다고해서,
그걸 오빠들보고 해결해 달라고 하는건 아니니그저 적당히 토닥여만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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