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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지옥17

좋아했던 사람 내가 좋아했던 10년전 그 사람은 잘 살고 있을까. 알려고만 한다면야 알 수 있는 사람이다. 손에 잡힐 것 처럼 같은 지역에서 살고 있고 조금만 검색해도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대번에 알 수 있다. 그의 굵직한 소식은 알고싶지 않아도 종종 들려왔다. 그는 그 누구보다 평범하게 잘 살고 있다. 나는 어느순간부터인가 그 평범함과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다. 그러려고 그런게 아니라 그렇게 되어버렸다. 늘 평범함을 꿈꾸며 살았는데..나와 가장 먼 단어가 되어버렸다. 모든 갈림길에서 선택은 내가 했고 그 선택들이 평범함에서 날 멀어지게 만들었으니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겠다. 그러면서도 아직도 그 '평범함'이라는 단어만 들으면 가슴이 메인다. 그에게 있어 나는 별 뜻 없이 지나간 인연일지도 모른다. 나에게 있어 그.. 2023. 8. 14.
2012. 7. 12. 추억 친구와 시덥잖게 하는 농담에 툭하면 도마위 생선이 되어 난도질 당하는 그는 생각해보면 언젠가 내가 사랑해서 만났던 사람. 울고불고 좋은꼴 하나 없다며 헤어지고 질질짜고 했던 상대방. 그런데 시간은 헤어짐의 고통을 빼앗아갔고 그는 우스꽝스럽게 남아버렸다. 고통말고, 황당한것 말고 그가 남긴건 아무것도 없었을까. 괜히 미안해진다. 나도 누군가에게 웃음거리로 남겨질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만남 자체가 우스웠던건 아니잖은가. 조금 위안이 되는건 이제와서 그것들을 추억이랍시고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끄럽고 어색했던 이야기들은 과자부스러기 입에 넣듯 자연스럽고 가볍게. 아프고 슬펐던 이야기들은 왠지 바보스럽게. 웃긴 이야기처럼 가볍게 치부되는 것이 그저 진지하지 못하다 탓하지 않고 아픔을 가져.. 2023. 6. 22.
2009. 8. 9. 기억이란 놈은 매섭게 사람 하나를 흔들어 놓기도 하지만 망각은 그 무서운 녀석을 순식간에 무기력하게 하기도 한다. 추억이란 말이 좋아 추억이지 사실 시간이 지나면 감정은 잊혀지고 사실만 기억된다. 악에 받친 감정들은 모두다 사라져버리니 그래 '사실'을 '추억'이라 말하는 거라면 할말은 없다만 그나마도 다행이라 할 수 있지 않은가. 어느순간 마치 십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것처럼 느껴지는건 다른 생활공간에서 생활하고 다른 사람을 만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기억을 하게끔 하는 많은 것들이 지워없어지기도 했지만 사실 이젠 관심이 없다고 하는게 맞을거야. 순간 무서운 생각마저 들었다. 이젠 일련의 사건과 기억들이 이처럼 쉬워지는구나. 아무것도 아닌것들이 되는구나. 사람과의 관계는 가벼워지고 내 머릿속은 체.. 2023. 6. 22.
2008.11.16. 사과 그가 잘못을 했든 안했든간에 그는 언제나 먼저 사과했다. 불필요한 소모전이 싫어서일수도 있고 별 거 아닌 일이 크게 확대되는게 싫어서일수도 있고 그냥 그러고 싶기 때문일수도 있다. 그런 그에게 나는 멋쩍게 웃을수 밖에 없었다. 또다시 화를 내기 싫어서일수도 있고 미안하다 말하기 쉽지 않았을 그에게 매정하게 굴기 싫어서일수도 있고 그냥 그러고 싶기 때문일수도 있다. 2023. 6. 22.
深淵 온몸에서 락스냄새가 난다. 콧속에 아직도 물이 남아 있는지 시큰하다. 머리카락은 푸석하고 피부는 거칠하다. 그렇게 물 속을 헤메고 나왔어도 어느새 나와버리면 그 느낌을 잊는다. 독한 소독약 냄새와 콧속의 고약함만 남는다. 너의 마음속 어딘가에도 그와 같은 깊은 웅덩이가 있는듯하다. 2023. 6. 22.
2008.7.29. 희망고문 운명일지도 몰라. 이 것. 또는 이 사람은. 난 이제 운명이란 말을 믿지 않기로 했다. 너와 내가 운명따위로 얽힌다는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모든 소소한 사건과 물건을 운명이란 이름으로 엮다가 어느날 갑자기 조금만 틀어지면 순식간에 운명이란 실타래는 치미는 화에 활활 불타버리고 서로 얽혀있다는 강한 밀착감은 그와 함께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리곤 이런 말을 중얼거리겠지.. "너와 나는 너무 맞지 않아." 너와 나의 성격이 맞지 않는 것과 너와 나는 운명일지도 모른다는 말 사이엔 엄청난 모순이 존재한다. 그래서 입을 다물기로 했다. 연애라는 건 사람이 다르고 하는 일이 달라도 사실 거기서 거기인 일들이 많다. 그런 일들이 마치 너와 내가 운명인 것처럼 사람 마음속을 들쑤셔놓고는 뭔가 작은 수가 틀리면 무책임.. 2023. 6. 22.
2008.7.29. 以心傳心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힘이 내겐 얼마나 있을까. 잘 생각해보자. 다른 사람의 마음이 내맘 같지 않다고 화를 먼저 내지 않았는지. 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혹여 다른 사람이 내 마음만을 이해하고 알아주길 바라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내가 그 사람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바보같은 실수를 했는지도 모른다. 무조건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게 바로 나였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사람의 일이란 건 참 유치하기 짝이없다. 죽일것처럼 부들부들 떨며 으르렁 거리고 못잡아 먹어 안달난 듯 화를 내기도 하지만 사실, 내가 당신을 얼마나 위하는데 왜 당신은 그걸 몰라주냐는 맘에 이렇게 화를 내고 있다는걸 왜 상대는 몰라줄까 라는게 맞을지도 모른다. 내 뜻을 전달하는 능력이 부족함에 상대에게 상.. 2023. 6. 22.
2008. 7. 17. ‘내일 상담으로 큰 계약을 따낼 수 있느냐 마느냐가 결정된다. 긴장하면 어쩌지? 실패하면 어떡한다?’ 그런 생각에 밤새 뜬눈으로 보낸다. 그러나 문제가 고민한다고 해서 해결되는가. (…) 고민하고 있을 시간이 있다면 차라리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고 그것을 하나씩 정리하는 편이 낫다. 구체적으로 무엇인가를 하고 있으면 걱정은 해결할 수는 없더라도 마음은 안정된다. 또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을 틈이 없었다. 사이토 시게타의 중에서 궁금해서 전화를 하긴 했지만 시험 결과가 어떻게 나왔냐고 대놓고 물어보기가 좀 그랬다. 그래서 뭐하고 있냐고 내가 인사처럼 던지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청소 중이야.” 결과가 어떻게 나오던 개의치 않는다는 듯이 그는 어지럽혀진 것들을 치우고 쓸고 닦으면서 그 나름대로 .. 2023. 6. 22.
2022.9.21. 매너와 교양 매너가 있거나 교양이 있는 사람들을 보면 그렇게 매력적일수가 없다. 심지어 이쁘고 잘생겨 보인다. 나는 말을 이영애처럼 교양이 찰찰 넘치게 하는 타입은 아니다. 행동거지가 요조숙녀같이 조신하지도 않다. 그래도 사람이 초중고 기본 과정만 교육을 받아도 알 수 있는 최소한의 매너라는 건 탑재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매너나 교양이라는 건 상대방에 대한 배려다. 역지사지 아니겠는가. 최근 연수였던가 세미나였던가 하턴 첨보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자리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거기서 저녁을 먹다가 잠시 이야기를 나눈 분이 있었는데 집에 갈 즈음에 비가 오고 있는 걸 보고 내가 "차 까지 거리가 좀 되는데 우산이 없네요. 망했어요 " 했더니 그 분이 자기는 우산이 있다고 했다. 그 분은 비가 오니 차까지 데려다 주겠.. 2023. 6. 8.
2016.6.5. 준비 사실 정리가 되지 않았다. 마음속이나 머릿속이나 주변이나 온통 그 녀석과 관련된 것들 뿐이었다. 그와 함께 있는 동안 나는 단순했었다. 그를 사랑하고. 그는 나를 사랑하고. 그는 그의 할 일을 하고. 나는 나의 할 일을 하고. 모든게 단순했고 쉽기만 했었다. 그는 내 마음과 머릿속 같았고 나또한 그랬었다. 처음엔 쉽게 잊혀지는 것 같았다. 그래..그 많은 시간이라면 지칠때도 되었을 거라 생각했었다. 그래서 나는 그 어느 누구보다 쉽게 그의 손을 놓아 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좀 더 내게 몰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시간들이 흘렀다. 나에게 집중하고 몰입하고. 그와 함께 했던 공간들이며 그와의 추억이 있는 물건들이 그저 그 장소, 그 물건이 되어갈 무렵이 되면서, 잘 극복했구나. 그래 나는 .. 2023. 6. 7.
2015.7.3. 술주정 오늘 해야할 일들을 모두 재끼고 친구를 만났다. 저녁에 잠깐만 보려고 했던건데 그러지 못했다. 술을 많이 먹었다. 집 근처에서 잠시 머뭇대다가 그가 살던 집 근처로 발길을 옮겼다. 그가 살던 집 앞, 그가 항상 차를 대던 그 주차장 앞에 멈춰섰다. 초점 흐린 눈으로 그가 살던 집 창문을 하염없이 올려다 보았다.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일년 반도 넘은 시간이 지났지만 그의 집구조가 너무나도 생생하다. 그 주차장에서 그를 기다렸던 나또한 생생하다. 발길을 돌려 다시 집으로 향했다. 그가 언제나 고집을 부리며 다녔던 그 길로. 힘들게 뭐하러 언덕으로 다니냐는 핀잔을 주던 그 길. 그는 나를 보러 올때도, 나를 바래다주고 갈 때도 언제나 그 힘든길로 다녔다. 그 길을 천천히 따라 오르며 그가 무슨 생각을 했을.. 2023. 6. 7.
2015.3.18.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 이십대 중반, 취업도 못하고 학교도 졸업해 소속도 없던 딱 백수였던 그 시절, 똑같은 백수를 만난적이 있다. 그때 나는 그에게 기념일이니 생일이니 챙기지말고 마음만 나누자고 했었다. 내가 금전적인 여유가 없어서, 또 그가 부담을 가질까 봐. 그는 동의했었지만 그래도 뭔 날이 되면 작지만 소박한 선물을 주었다. 나는 기념일 같은 날들을 챙기기보다 평소에 반찬을 해서 주거나 목도리를 떠주는 식으로 뭔가를 직접 만들어 보답했고 그가 그 마음을 알 거라고 착각했었다. 종국에 그가 내게 남긴 말은 날 사랑하지 않는 것같다. 너에게 받은 것이 없다. 였고 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네 놈이 사랑이 뭔지나 알기나 하는 놈이겠냐고. 차라리 잘됐다. 가버려라 라고 말이다. 시간이 지난 후에, 다른 .. 2023. 6.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