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국을 끓일때마다 기분이 묘하다.
내일은 동생 생일이라고 엄마가 전화하셔서
미역국 끓여주라셨다.
엄마는 언니 생일때도
미역국을 끓여주라고 전화하셨었다.
타지에서 형제들과 함께 살고있다보니
나한테 시키는거 다 이해는 하지만..
난 한번도 내 형제들이
내 생일을 챙긴다고 미역국을 끓여준 적이 없다.
심지어 엄마조차도
내 생일이 한참 지나서야 깜박했다고 전화한다.
시킬 사람이 나밖에 없으니까..
일부로 늦게 전화하는게 아닌가 할 정도로
십년이 넘도록 엄마는
내 생일에 전화를 한 적이 없다.
생일에 큰 의미부여를 한 적은 없고
굳이 의식하려 한 적도 없다.
생일잔치를 하는 것도
내가 전화해서 내가 사람들을 불러
밥을 먹는것도 웃기고
그냥 생일을 기억하는 그 사람과
밥이나 먹으면서 조촐하게 보내는게 편했다.
내 생일날 서글픈 적은 없지만
다른 형제 미역국을 끓일때면
그렇게 조금은 서럽다.
형제가 많으면 부모님이
나 하나에게 집중해주지 못할때가 많다.
그래서 형제가 적거나 외동인 집이 부러웠다.
나는 이렇게 노력하는데..
내 부모는 내 생일도 몰라주는구나.
좀 더 예전엔 울면서 내 미역국을 내가 끓이면서 울기도 많이 울었지만
이제 내 생일엔 미역국을 끓이지 않는다.
그냥 맛있는 걸 사먹으면서 위안삼는다.
내 생일 알아주지도 않는 엄마가 하는 말 무시하고
국을 끓여놓지 않으면 난 괘씸하고 나만 아는 이기적인 딸이 될테니
기분이 좋지않아 하면서도
굳이 국거리 사다가 미역국 끓이고 있는데
엄마에게 확인전화가 왔다.
국 다 끓여놨냐고.
내일 꼭 밥해서 아침에 동생 챙겨먹이고
얼른 나가서 케익도 사놓으라고.
눈에 넣어도 안아플 아들인거 잘 안다.
엄마는 잘 모르겠지.
내가 이런 생각 한다는것도.
내가 당신에게 예쁨 받으려고
울면서 해마다 두번씩 미역국을 끓인다는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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