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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8.30. 꿈 꿈에 극진하게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고 너무나도 가볍게 눈이 떠졌었다. 왜소하고, 작고, 몸 어딘가가 몹시 아프고 지극히 평범했던 사람이었다. 일전에 본 적도 없고 비슷한 사람을 상상해 본 적도 없었다. 그는 정말 평범하고 평범한 베이지색 면바지에 노란티를 입은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와 나란히 앉아있던 나는 처음에는 그가 낯설어 멀찍이 앉았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가 편해졌고 조금 더 지나자 그에게 기대고 싶어졌고 어느순간 기대어 있던 나는 꿈 속임에도 잠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스르륵 꿈 속에서 잠이 들자 그는 내 어깨를 힘주어 안아주었다. 그 알 수없는 든든함. 편안함에 이제 잠에서 깨도 좋을것 같다는 생각을 어렴풋 하다가 아니, 이대로는 안된다는 본능적인 생각에 다급하게 이름을 묻자 그는 웃으며 두 .. 2023. 6. 7.
2014.6.4. 익숙해짐 그는 매너가 좋은 남자였다. 그는 작은 짐이라도, 옮기는 거리가 짧더라도 내게서 덜어주었다. 그는 언제나 도로 쪽으로 걸었다. 방향이 바뀌면 빙 돌아서 다시 도로쪽으로 걸었다. 그는 어디든 문을 먼저 열어주었고 테이블 안쪽에 나를 앉혔다. 성격이 급해서 먼저 문을 밀고 나가면 그 문을 붙잡아 걸리지 않게 해주었다. 퇴근 시간에 맞춰 항상 데리러 와주었다. 그는 섬세한 남자였다. 무슨데이 무슨데이 의미없다고 툴툴대도 항상 챙겨줬었다. 생일이나 기념일엔 언제나 꽃다발을 먼저 내밀었다. 서툴지만 이벤트도 해주고 지나가며 본 예쁜 카페엔 꼭 나를 데려갔다. 잘 질려하는 날 위해 레스토랑도 언제나 새로운 곳을 예약해 주었다. 콧바람 넣는걸 좋아하는 날 위해 전국을 돌아다녀 주었다. 손잡는걸 좋아하는 나에게 언제나.. 2023. 6. 7.
2014.4.24. 개미지옥 심장이 몸 밖으로 터져나올듯 두근거리고 폐는 조여와 가슴 한가운데가 저려오고 1분에 한번씩 뭔가가 덜컹덜컹 내려앉아. 30초에 한번씩 숨을 몰아쉬고 있어. 뭘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을수도 없고 정말 뭘 해야 좋을지도 모르겠어. 걸어봐도. 달려봐도. 누군가를 만나도 내 머릿속은 온통 다른 생각 뿐이야. 그래 그 말도 안되는 다른 생각 뿐이야. 오늘은 아무일도 없었다. 그리고 내일도. 나는 여기에 왜 있는거지. 잊어버리면 안되는데 내 손과 머리가 자꾸 다른 곳을 향해서 미쳐버릴것 같아. 손목을 부러뜨리고 눈을 파버리고 귀를 잘라내고 싶을만큼 딱 그만큼 괴로워. 찾아다녔어. 그래.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미련이지만 그렇게 되고야 마는 나는 왜. 여기에. 동조를 찾아 다니지만 어디에도.. 2023. 6. 7.
홍콩야자부터 11년 전, 우연히 다이소에서 화분에 든 5천원짜리 해피트리를 산 것이 시작이었다. 내 돈 주고 처음 식물을 사 본 것이었다.그 전 까지만 해도 선물로 받은 작은 선인장도 말려 죽이곤 했었는데무슨 생각에서 였는지 그 날은 홀린 듯 화분 하나를 집어 들었다. 당시 식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애정만 듬뿍 주다가 한 달 만에 과습으로 해피트리를 보내자갑자기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인터넷으로 이것저것 검색을 하다가 뭐가 잘못 되었는지를 알았다.다음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흙을 사고, 영양제를 사고, 나 같은 초보에게 쉽게 죽지 않는다는 식물을 여럿 들이기 시작했다.그때 구입해서 지금까지 살아계신 홍콩야자씨다.당시 작은 포트로 2,000원 주고 샀었다. 아래가 지금 사진이다. 너무 위로 자라 머리끄댕이.. 2023. 6. 7.
나의 아저씨 이 드라마 추천을 정말 많이 받았었다.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기도 했고 추천도 많이 받았지만 울고있는 아이유의 썸네일에 손이 안가서 미루고 미루고 있다가 최근에 폭풍처럼 몰아봤다. 드라마임에도 꼭 반드시 후기를 남겨놓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든 드라마다. 인생드라마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내 가슴에 꽂혔던 건 특정 대사도, 연기도 아니었다. 이어폰으로 들려온, 아무도 듣지 못할거라고 내뱉던 동훈의 한숨소리였다. 그 한숨으로 짊어진 무게를 조금이라도 덜어보려고 하는 노력이 보였고, 그 한숨소리 하나하나에 나의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그래서였다. 아무도 듣지 못할 그 한숨소리를 그 누구보다 힘든 삶을 이겨내는 지안이 몰래 듣고 있었고 그 한숨의 의미를 알아주고 있다는 설정이 이 드라마를 인생드라마.. 2023. 6. 7.
1987 지인이 시사회표가 생겼다고 해서 어제 하루 일찍 1987을 봤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엔딩 크레딧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시사회라고 하니 무대인사를 생각하고 엔딩 크레딧을 끝까지 봤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나는 영화의 여운 때문에 자리에서 일어나기가 힘이 들었다. 격변의 70~80년대를 그려왔던 기존의 한국영화를 보고 나면 가슴속 저 한 귀퉁이가 늘 찜찜했었다. 딱히 속을 시원하게 해 주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언제나 판단은 관객들의 몫으로 남겨 두었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찜찜함이 없었다. 국뽕이라도 한껏 맞고나온 느낌도 들었다. 그들이 시대의 고통을 온 몸으로 맞아주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생각, 그리고 그들 모두가 있었기 때문에 세상은 이만큼 변할수 있었다는 생각으로 가슴마.. 2023. 6. 7.
2017.7.4. 옥자 옥자 옥자 하도 여기저기서 들려서 넷플릭스로 간단하게 시청했다. 봉준호 감독 말처럼 '돼지'얘기다.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된 돼지 옥자를 어릴때부터 식구처럼 키운 미자가 이를 다시 회수하려는 회사로부터 옥자를 구해내는 이야기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적인 '육식'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리가 키우고 있는 어떤 동물에도 대입해 볼 수 있는 내용이다. '한국 사람들은 개를 먹는다'는 인식으로 세계적인 비난를 받아온 한국인으로서 반론을 하고 싶었던 건지, 혹은 애초에 식용을 목적으로 생산된 동물은 그저 식용이라는 주장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인지, 생선은 잡아서 통째로 찜 쪄 먹으면서 육상동물은 그러면 안되는건지 별별 생각이 다 들게 만드는 영화다. 그냥 단순히 육식하는 너희들은 모두 길티! .. 2023. 6. 7.
2017.6.3. 더 큐어 금요일 술 진탕먹고 택시에서 기절했다가 집에와서 2차 기절 후 토요일 일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후 한시 반에 눈을 떴다. 눈 뜨자마자 미친듯 해야 할 일처리를 마치고 나니 낮 시간을 마감하는 마지막 강한 햇살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고 있었다. 허무함이 물밀듯 밀려오고 나는 영화 한편을 다운 받았다. 더 큐어. 겟아웃이 어린이라면 더 큐어는 성숙한 어른의 냄새가 나는 영화다. 진심 그랬다. 여러모로 비교가 참 많이 되는 두 영화다. 여튼저튼 더 큐어는 원제가 더 큐어 포 웰니스. 이 시대의 부귀와 명성을 모두 가진 부자들에게 있어 가장 큰 공포는 '건강'이다. 그들이 공든 탑을 쌓는 동안 시간과 건강이란 제물을 바쳤다는 걸 누구보다도 그들은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성공한 세일즈맨의.. 2023. 6. 7.
2017.5.19. 겟아웃 오랜만에 영화가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 광고였다. 인종갈등에 관한 이슈가 아닌가 싶기도 했고 예고 중 웬 수술도구도 나오고 초현실주의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뭐 영화관 팝콘 안먹은지도 오래되고 해서 여차저차 퇴근하고 추리닝 갈아입고 혼자 동네 영화관에 갔더랬다. 음..완성도는 많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용두사미. 풍성한 느낌도 없고 이게 끝이야? 라는 생각도 든다. 예전에도 이런 비슷한 느낌을 받은 영화가 있었는데..기억력.흠 여튼 흥미로운 소재이긴 했으나 이게 다야?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사실 인종차별이나 성에 대한 이슈는 다룬다는 사실만으로도 주목을 많이 받는다. 노렸네...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너무 무거운 주제를 너무 단순하게 풀어버렸다. 인종에 관한 문제라기 보다 어딘가 아프고 불편한 .. 2023. 6. 7.
2016.6.20. 내 강아지 나는 개를 병적으로 좋아한다. 개를 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흔하디 흔한 것처럼 그 정도로 개를 좋아한다. 털도 좋다. 많이 빠져서 공중에서 풀풀 날아다녀도 좋다. 입에 들어가도 좋고, 음식에 들어가도 상관없다. 눈도 좋다. 새까만 눈동자든, 허스키처럼 파란 눈동자든 그들의 눈은 언제나 내게 사랑을 말하는 것같다. 촉촉하고 까만 코도 좋다. 셀룩셀룩 하면서 킁-하고 콧바람을 쏘면서 콧물이 튀어도 좋다. 개의 귀도 좋다. 예민해서 바람만 후 불어도 까딱까딱 움직이며 피하려고 하는 것도, 작은 소리를 듣고 쫑긋 세우는 것도, 귀로 감정표현을 하는 것도 좋다. 발도 좋다. 긴장하면 발바닥에 땀나는 것도 좋고, 발에서 나는 꼬소한 콘칩 냄새 맡는 것도 좋다. 간식만 보이면 악수를 하자고 앞발을 허우적 대는 것도.. 2023. 6. 7.
2016.5.16. 곡성 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가 좋다. 생각을 강요하거나, 너무 드러내는 영화는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곡성은 '일부러 친절하지 않은 영화'인지라 좋지도 딱히 싫지도 않은 영화다. 처음 영화를 보고 나왔을 땐 영화비가 아깝지 않았다. 긴 시간동안 몰입했고 재미 있었고 연출이 맘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감독은 마치 관객들을 낚기 위해서인지 앞서 말한 억지불친절로 영화를 끌어간다. 나도 모르게 바늘에 꿰어 감독이 원하는대로 여기저기로 끌려다녔다. 영화에서의 종구처럼 말이다. 영화해석같은건 검색만해도 넘쳐나니 그런건 제쳐두고 근본적인 부분으로 들어가자면 도대체가 감독은 무슨 얘기를 하려고 했을까.부터 생각해보았다. 암만 생각해도 거창한 선과 악을 내세워 '멋을 낸' 영화라고밖에 느껴지지가 않았다. 감독의 메시.. 2023. 6. 7.
중성화수술 우리 멍군이는 올해13년된 노견이다. 어릴때부터 달고살던 고질병인 피부병 외에는 별 탈 없이 지내던 발랄한 녀석인데 어느 순간부터인지 꼬리와 몸통이 맞닿은 부분이 멍든것처럼 퍼렇게 변하고 부풀어 오르고 항문주변이 붓고 검은 반점같은게 올라왔었다. 미용샵에서는 노견이라서 그런거라고 별거 아닌듯 이야기하고 멍군이도 별탈없어 보여 그냥 두었는데 피부과에 가서 멍군이랑 똑같은 증상의 사진을 보게되었다. 꼬리샘증식. 덜컹했다. 병원 의사선생님은 중성화를 하지 않고 개의 성적욕구가 풀리지 않게되면 나타나는 병이 꽤 여러가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마킹, 공격성향, 붕가붕가방지를 위해서가 아니라 고환암, 꼬리샘증식, 생식기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 꼭 중성화가 필요하다고 한다. 자주 교배를 한다면야 크게 상관없겠지만.. 2023. 6.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