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08 2014.6.12. 부질없다 부질없는짓임을 알면서도 소화가 되지않자 손가락을 밀어넣어보려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 잊고 지내면 천천히 내려갈 것들이지만 꺼내지도, 그렇다고 바로 소화시키지도 못할 것들이 순간순간 답답해서 손가락을 밀어넣어보았다. 어떤것도 손가락 끝에 걸리지 않았다. 어찌보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뭔가가 걸리길 기대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그런 행위조차 하지 않으면 답답해서 견딜수 없어지므로 의미없고 부질없는 행위를 반복하는 것이다. 차분하게. 시계를 바라보지 않고 일분 일초 시간이 가면 저절로 사라져 배설될 것들임에도 굳이 들쑤셔서 상처를 만드는건 오히려 내 손이었다. 그래서 잘라내고 싶었다. 그렇게라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건 물리적 아픔때문이 아니다. 손이 아니라해도 나는 무언가로 들쑤시고 있.. 2023. 6. 8. 2014.5.30. 감정과 현실의 거리 감정이 요동치더라도 아무렇지 않은척 일정감정상태를 유지하는 듯 보여야 역시, 나잇값을 하는 어른이야. 하지만 내 세상에서 나는 떼쟁이 네살배기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까지도 갈 필요가 없다. 현실과 내 실제 감정만큼의 거리만으로도 나는 쫓아가기 바쁘다. 어느정도 사람들은 감정을 숨기고 산다. 윤리적인 이유에서든 전략이어서든 그걸 내보여서 불리한 위치에 서지 않기위해. 그렇게 손실된 감정들이 모이면 괴물이 될거야. 그렇게 하나하나 괴물이 되어간다. 감정에 솔직한 사람들은 의외로 드물다. 그런 사람들이 한편으론 부럽지만 한편으론 의심하는 나는 이미 괴물이 되어있다. 내가 나에게 정도는 솔직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내 감정을 내가 알 필요는 있단 말이다. 숨기지말고. 부끄러워 하지도 말고. 그렇게 내놓기 시작하.. 2023. 6. 8. 2014.5.24. 걱정하지 말아요 : 고민이 있어? : 응. :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야? : 아마 아닐걸. : 그럼 네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야? : 아마도. : 그럼 걱정하지마. 해결하면 되잖아. : 내가 해결할 수 없다면? : 그래도 걱정하지마. 네가 해결할 수 없는건 어쩔수 없는거니까. 걱정하지마.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내가 할 수 없는 일도. 2023. 6. 8. 2014.4.30. 나혼자산다 나이를 먹을수록 혼자 무언가를 하는것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강박을 갖게된다. 혼자 하는 것을 두려워 하는게 마치 '어른스럽지 못하다'거나 '쿨하지 못하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간혹 친구와 밥을 먹게되면 혼자 밥먹는 사람을 흘끗거리며 '저 사람 혼자 밥먹나봐'라는 짠한 마음도 같이 먹는다. 내가 할땐 쿨한 것, 남이 하면 짠한것. 별거 아닌건데 그런 시선을 알기 때문인지 되로록이면 누군가와 함께 하려하는 노력 따위를 한다. 누군가가 없다면 계획을 접기도 한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남 눈 신경쓰지 말자는 것도 아니고 혼자인 사람 짠하게 보지 말자는 것도 아니다. 사람은 혼자일 때도 있고 아닐때도 있다는것. 어떤 사실만으로 자학하는 일이 없길 바랄뿐이다. 사람은 사회적동물인지라 관심과 애정이 그립기.. 2023. 6. 8. 2014.4.29. 외로움 외로움은 사실 다양하다. 혈혈단신이라 느끼는 외로움, 사회에 소속감이 없어 생기는 외로움, 애인이 없어 생기는 외로움, 경쟁속에서의 외로움. 외에도 많은 외로움이 있다. 보통 막연한 외로움은. 당장 나 혼자인 것 같고 모든걸 혼자 이겨내야 할때 주로 찾아온다. 이 외로움은 애인이 있건없건 친구가 있건없건 시시때때로 찾아와 괴롭히곤 한다. 문제는 이런 외로움이 찾아올 때 애인에게 기대고 싶어 한다는 것이고 사실 어느정도 애인이 그 외로움에 기여한바가 있으니 너또한 나를 위로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애인에게 동정을 구해보지만 애인은 그걸 "애처럼 굴지마라"던가 "그렇게 나약해선 세상살기 어렵다"며 선을 긋는데 여기서 그런말이 나온다. 인생, 다 필요없어. 빈말이라도 힘들었구나, 라던가 .. 2023. 6. 8. 2014. 4.25. thl니컬 냉소적인 말을 뱉거나 그러한 글들을 적으면 조금은 마음이 편해져. 세상을 향해 욕을 하는 것과는 조금 달라. 뭔가 세상을 비웃으면서 우월감을 느끼는 것 같아. 평소 무섭고 힘들고 거칠다고만 생각했던 세상과 사물들에 대해 시니컬하게, 아주아주 염세적인 태도로 말을 뱉어내면 무섭지도, 힘들지도, 거칠지도 않게 느껴지고 오히려 만만해져. 그래서 까칠해지는 것같아. 세상에 불만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냥 겁많은 강아지가 꼬리를 뒷다리 사이에 감추고 벌벌떨면서 무서울수록 더 크게 짖듯이 세상을 향해 짖는거야. 무서워. 나에게 그만 좀 해. 그렇게 짖는거야. 그렇게 '짖는' 행위가, 이런 방어기제가 인간이 가진 본능 중 하나라면 그것이 나를 덜 아프게 덜 슬프게 하는 방법중 하나라면 배가 고플때 밥을 먹듯, 나는 짖을.. 2023. 6. 8. 2022.3.21. 무기력 봄만 되면 무기력해지고 우울감에 빠진다. 남들은 봄 탄다고 좋게 애둘러 말하지만 봄이 시작되면 몸도 마음도 그냥 힘들다. 급격하게 벌어진 일교차처럼 내 감정선도 그마만큼 커다란 갭을 두고 널을 뛴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더욱 그렇다. 기대할 것이 없다. 희망이 없다. 유형의 목표를 잡더라도 움직일 힘이 없다. 이리저리 휩쓸리듯 될대로 되라. 집중력도 잃고 의욕도 사라진지 오래다. 언젠가는 타인의 삶을 부러워도 해보았고 앞으로의 삶을 채울 욕심도 부려보았다. 누구보다 잘 살고 싶고, 누구보다 뿌듯한 마음이고 싶었다. 내 주변은 나를 가만히 두질 않았다. 다들 나만 쳐다보고 있는 듯 책임감에 어깨가 짓눌리는 기분이다. 내가 하지 않으면 시작도, 진행도 되지 않는 상황이 답답하다. 답답함을 토로하는 것조차.. 2023. 6. 8. 2017.3.5. 내 강아지 어제 할 일이 많았다. 피부과에 갔다가 사무실 들려서 일 마무리좀 짓고 마침 근처였던 결혼식장 갔다가 돌아와서 공부를 하려고 했다. 동생이 오늘 강아지 병원 데려가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해서 고향 내려가는걸 보류했기 때문이었다. 병원 데려가봐야 치료를 견디지 못할것 같다며 수의사쌤이 말렸다고 한다. 동생이 병원 나오자마자 연락을 해왔다. 강아지가 밥을 안먹는다고 한다. 왜 이제야 그 얘기를 하냐며 바로 고향으로 갔다. 내가 간다고 뭘 먹겠냐 싶겠지만 나라도 가야 뭐라도 주사기로 억지로라도 먹일까 싶어서였다. 강아지는 마치 세상 다 산 노인 같았다. 엄마 말로는 돌아가시기 전 할아버지 보는 기분이란다. 앉지도 않고 눕지도 않고 멍하니 한 곳을 응시하고 서 있다. 불러도 돌아보지 않고 그냥 멍하니 서 있다. .. 2023. 6. 8. 2016.6.5. 준비 사실 정리가 되지 않았다. 마음속이나 머릿속이나 주변이나 온통 그 녀석과 관련된 것들 뿐이었다. 그와 함께 있는 동안 나는 단순했었다. 그를 사랑하고. 그는 나를 사랑하고. 그는 그의 할 일을 하고. 나는 나의 할 일을 하고. 모든게 단순했고 쉽기만 했었다. 그는 내 마음과 머릿속 같았고 나또한 그랬었다. 처음엔 쉽게 잊혀지는 것 같았다. 그래..그 많은 시간이라면 지칠때도 되었을 거라 생각했었다. 그래서 나는 그 어느 누구보다 쉽게 그의 손을 놓아 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좀 더 내게 몰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시간들이 흘렀다. 나에게 집중하고 몰입하고. 그와 함께 했던 공간들이며 그와의 추억이 있는 물건들이 그저 그 장소, 그 물건이 되어갈 무렵이 되면서, 잘 극복했구나. 그래 나는 .. 2023. 6. 7. 2015.7.3. 술주정 오늘 해야할 일들을 모두 재끼고 친구를 만났다. 저녁에 잠깐만 보려고 했던건데 그러지 못했다. 술을 많이 먹었다. 집 근처에서 잠시 머뭇대다가 그가 살던 집 근처로 발길을 옮겼다. 그가 살던 집 앞, 그가 항상 차를 대던 그 주차장 앞에 멈춰섰다. 초점 흐린 눈으로 그가 살던 집 창문을 하염없이 올려다 보았다.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일년 반도 넘은 시간이 지났지만 그의 집구조가 너무나도 생생하다. 그 주차장에서 그를 기다렸던 나또한 생생하다. 발길을 돌려 다시 집으로 향했다. 그가 언제나 고집을 부리며 다녔던 그 길로. 힘들게 뭐하러 언덕으로 다니냐는 핀잔을 주던 그 길. 그는 나를 보러 올때도, 나를 바래다주고 갈 때도 언제나 그 힘든길로 다녔다. 그 길을 천천히 따라 오르며 그가 무슨 생각을 했을.. 2023. 6. 7. 2015.3.18.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 이십대 중반, 취업도 못하고 학교도 졸업해 소속도 없던 딱 백수였던 그 시절, 똑같은 백수를 만난적이 있다. 그때 나는 그에게 기념일이니 생일이니 챙기지말고 마음만 나누자고 했었다. 내가 금전적인 여유가 없어서, 또 그가 부담을 가질까 봐. 그는 동의했었지만 그래도 뭔 날이 되면 작지만 소박한 선물을 주었다. 나는 기념일 같은 날들을 챙기기보다 평소에 반찬을 해서 주거나 목도리를 떠주는 식으로 뭔가를 직접 만들어 보답했고 그가 그 마음을 알 거라고 착각했었다. 종국에 그가 내게 남긴 말은 날 사랑하지 않는 것같다. 너에게 받은 것이 없다. 였고 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네 놈이 사랑이 뭔지나 알기나 하는 놈이겠냐고. 차라리 잘됐다. 가버려라 라고 말이다. 시간이 지난 후에, 다른 .. 2023. 6. 7. 2014.10.21. 일기 나는 힘들고 괴로울 때 일기를 쓴다. 그래서 일기장은 폐허와 같다. 그와 마찬가지로 힘들고 외로울 때 연애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런 연애는 폐허와 같았다. 눈물자국과, 힘주어 긁어댄 날린 글씨 투성이의, 누군가에 대한 저주가 가득한 일기장처럼 그러한 연애도 결국 상대 때문에 울고 가슴에 상처내며 상대를 저주하며 끝을 맺곤했다. 피곤한데 유독 잠이 오지 않는 이유는 쓰잘데기없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념때문만은 아니다. 흑백의 일기장이나, 부서진 감정이나 어쨌건 그 모든게 나였으며 과연 무지갯빛 총천연의 미래가 있을까 싶은 스스로에 대한 불신도 한 몫 하기 때문일테다. 나는, 내가, 라는 단어와 과연, 이란 단어로 이어지는 끝없는 스스로에 대한 불신. 일기장처럼 지워지지 않는 과거에 붙잡힌 불쌍한 내 자신과.. 2023. 6. 7. 이전 1 ··· 11 12 13 14 15 16 17 1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