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를 병적으로 좋아한다.
개를 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흔하디 흔한 것처럼
그 정도로 개를 좋아한다.
털도 좋다. 많이 빠져서 공중에서 풀풀 날아다녀도 좋다.
입에 들어가도 좋고, 음식에 들어가도 상관없다.
눈도 좋다.
새까만 눈동자든, 허스키처럼 파란 눈동자든
그들의 눈은 언제나 내게 사랑을 말하는 것같다.
촉촉하고 까만 코도 좋다.
셀룩셀룩 하면서 킁-하고 콧바람을 쏘면서
콧물이 튀어도 좋다.
개의 귀도 좋다.
예민해서 바람만 후 불어도 까딱까딱 움직이며
피하려고 하는 것도,
작은 소리를 듣고 쫑긋 세우는 것도,
귀로 감정표현을 하는 것도 좋다.
발도 좋다.
긴장하면 발바닥에 땀나는 것도 좋고,
발에서 나는 꼬소한 콘칩 냄새 맡는 것도 좋다.
간식만 보이면 악수를 하자고 앞발을 허우적 대는 것도 좋다.
발톱이 바닥에 부딪히며 나는 톡톡거리는 소리도 좋다.
꼬리도 좋다.
확실한 감정 표현을 해주어서 좋다.
한껏 꼬리를 흔들어주면 나도 덩달아 행복해진다.
골든리트리버의 빗자루 같은 꼬리도 좋고
레브라도의 몽둥이같은 꼬리도 좋다.
입도 좋다.
까만 입술 사이로 혀를 내밀고
헥헥 거리면 입꼬리가 쭈욱 올라가면서
세상 내가 제일 행복하다는 미소를 보여준다.
입을 다물고 있을 땐 곰돌이 입처럼 입꼬리가 내려가보여
쓰다듬지 않으면 못베길 표정을 하고 있는 것도 좋다.
배도 좋다.
기분좋으면 어김없이 벌러덩 배를 보여주며
만져주세요, 하는 걸 보면
작은 조카가 등 긁어주세요, 하고 들이미는 것같아
구석구석 시원하게 긁어주게 된다.
개냄새도 좋다.
안씻어서 나는 비릿한 냄새가 아니라
내 강아지에게서 나는 내 강아지 냄새가 좋다.
등에 코를 박고 킁킁대면 싫어하면서 피하는
행동도 좋다.
놀자고 엉덩이만 들고 앞발을 쭈욱 펴고는
신나는 눈빛으로 꼬리를 흔들때도 귀엽고
자면서 다리를 부르르 떨고 코 고는 것도 귀엽고
방향 바꿔 걷다가 뽕 하고 방귀 뀌는 것도 귀엽고
끄응...하면서 응가하는 모습도 귀엽다.
혀로 찰박거리면서 물 먹는 소리도 좋고
사료를 오독오독 씹어먹는 소리도 좋다.
간식을 앞발로 조리있게 눌러 열심히 먹는 모습도 좋다.
내 강아지에게 종양이 생겼다.
악성 종양은 아니라 다행이지만 심장 소리도 좋지 않다고 한다.
수술을 하는 것보다는 그냥 두는게 나을거라고 했다.
노견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생기는 문제라지만
나는 내 강아지가 언제나 그 곳에 있을거라고만 생각했다.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 있을거라고 생각해왔다.
곧 앞을 보지 못하게 되고
잘 걷지 못하게 되고
이도 빠질거고
종양도 퍼질거고
조금만 흥분해도 숨을 잘 쉬지 못할 수도 있다.
온 몸에 털도 숭숭 빠질거고
코는 말라갈거고
놀아달라는 애교도 떨지 못할거다.
그래도 그 녀석은 사랑하는 내 강아지다.
내 강아지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언제나 내 강아지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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