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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지옥

2014.8.30. 꿈

by ㅇ심해어ㅇ 2023. 6. 7.

꿈에 극진하게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고
너무나도 가볍게 눈이 떠졌었다.

왜소하고, 작고, 몸 어딘가가 몹시 아프고
지극히 평범했던 사람이었다.
일전에 본 적도 없고 비슷한 사람을
상상해 본 적도 없었다.

그는 정말 평범하고 평범한
베이지색 면바지에 노란티를 입은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와 나란히 앉아있던 나는
처음에는 그가 낯설어 멀찍이 앉았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가 편해졌고
조금 더 지나자 그에게 기대고 싶어졌고
어느순간 기대어 있던 나는
꿈 속임에도 잠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스르륵 꿈 속에서 잠이 들자
그는 내 어깨를 힘주어 안아주었다.
그 알 수없는 든든함. 편안함에
이제 잠에서 깨도 좋을것 같다는 생각을
어렴풋 하다가
아니, 이대로는 안된다는 본능적인 생각에
다급하게 이름을 묻자
그는 웃으며 두 번 말해 주었다.

-내 이름, 하상백. 하상백이야.
-하상백...하상백..

중얼거리다가 그의 단단한 힘이 약해지는듯
하더니 꿈에서 깨어났다.
잊기전에 재빨리 핸드폰 메모장에 이름을 적고는
이마에 팔을 대고 한숨을 쉬었다.

잠은 완전히 깨어버렸었다.
몇 분 누워 있으면서 그 꿈같지 않은 꿈을
잊지 않으려고 되뇌이고 되뇌었다.
그의 목소리, 이름, 대화, 내가 느낀 감정들.
옥상 계단같은 좁은 곳에서
빨갛게 물드는 노을을 보면서
지나가는 구름이 고래모양이라고 생각했던 것까지.

일어나 씻으면서도
꿈의 조각 하나하나
샤워를 하면서 물에 떠내려갈까
조심조심하기까지 하면서 말이다.

저녁즈음이 되어 드는 생각은
내가 원하는 위로나 기대같은 것들이
사실 별것 아니었다는 것이다.
스스로도 워낙에 추상적인 감정이었기에
혼란스럽기까지 했던 것들이었다.

어느 순간
날 이해한다거나 위로해주는 것들을 포기하고
내가 원하는게 무언지를 명확히 하는것에 몰두했다.
분명한 것들 말이다. 지극히 피상적인
내 몸이라던가 건강, 청소같은 것들 말이다.

그러면서 잡스런 생각에서 멀어지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꿈에서 정답을 찾아버린셈이다.


꿈이었다.
실제 있었던 단 몇초의 움직임 조차도 아닌
환영과도 같은 그 꿈이 지난 몇 개월간의 나에게
힘을 주고 토닥여주었다.

실존하지도 않는 하상백은 내게 있어
올들어 가장 큰 위로가 되었다.

오히려 꿈이기에 가능했겠지만.

그 느낌과 감정은 당분간 내게 힘을 줄테다.


현실 어디엔가 있을 것이란 믿음을 가지고 살다보면
어느순간 인연은 그와 같은 사람을
내게 데려다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근처까지만이라도.
이번엔 내가 그를 먼저 알아보고
그와 같은 따뜻한 미소를 지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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