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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6.3. 더 큐어

by ㅇ심해어ㅇ 2023. 6. 7.
금요일 술 진탕먹고 택시에서 기절했다가 집에와서 2차 기절 후
토요일 일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후 한시 반에 눈을 떴다.

 

눈 뜨자마자 미친듯 해야 할 일처리를 마치고 나니
낮 시간을 마감하는 마지막 강한 햇살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고 있었다.
허무함이 물밀듯 밀려오고 나는 영화 한편을 다운 받았다.
 
더 큐어.
 
겟아웃이 어린이라면 더 큐어는 성숙한 어른의 냄새가 나는 영화다.
진심 그랬다.
여러모로 비교가 참 많이 되는 두 영화다.
 
여튼저튼 더 큐어는 원제가 더 큐어 포 웰니스.
 
이 시대의 부귀와 명성을 모두 가진 부자들에게 있어
가장 큰 공포는 '건강'이다.
그들이 공든 탑을 쌓는 동안 시간과 건강이란 제물을 바쳤다는 걸
누구보다도 그들은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성공한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주인공 록하트는 아직 젊다. 사회적인 위치와 명성을 유지하고자
건강염려증 부자환자들이 물로 몸을 치료한다는 스위스의 요양원으로
사람을 찾아 떠난다.
 
여기에서 환타지적인 요소가 등장한다.
요양원의 역사가 그것이다.
사실 영화의 가장 큰 틀은 위에서 말한 웰니스에 대한 욕망이 아니라
요양원의 역사에 등장하는 남작과 남작부인의 이야기다.
큐어는 그 부분을 가리기 위한 베일일 뿐 사실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남작과 남작부인과 그들의 딸이다.
 
따라서 이 영화는 큐어가 아니라 사실은 '퓨어'인 셈이다.
(그래서 그런지 남작의 딸은 상당히 퓨어하다.)
 
이 영화에서는 수 많은 암시가 존재한다.
 
깨끗한 유리컵에 담겨있는 물.
세상 행복하고 편안해 보이는 늙은 부자들.
박제되었던 사슴.
물 속의 뱀장어.
다리를 다친 소.
빠지는 이빨.
애초부터 다쳤을까 싶은 다리의 깁스.
영화 내내 들렸던 목발의 소리.
강 위 다리에서 투신한 록하트의 아버지의 자살.
 
영화는 말도 안되는 환타지가 현실과 연결되는 비현실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환타지와 현실의 딱 중간지점에서 모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록하트가 보고 듣고 겪었던 모든 것들이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환각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적어도
그는 자신의 아버지처럼 물에 빠져 죽는 선택은 하지 않았다.
마지막 자전거를 타고 떠나던 그의 미소는
행복하다고 보기보다는 사악해 보이는 미소였지만
내가 볼 때 그 미소는 행복한 미소를 넘어서는 미소였다.
요양원은 과거의 역사처럼 불에 휩쓸렸다.
생과 사에 관여하고 영화의 전부를 지배하던 물과는 대비되는 결론이다.

 

영화는 심지어  매우 뛰어난 영상미를 보여줬다.
그리고 단언컨대 절대 지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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