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도의 전집을 구입했던 건 아마 2013년 쯤으로 기억한다.
당시 어떤 이유에서인지 새로 출간한다고 해서 구입한 뒤에 정말정말 아껴봤던 책이다.
나는 기형도의 "질투는 나의힘"이라는 시를 참 좋아한다.
솔직한 작가의 심정이 유독 훅 느껴진달까.
기형도의 시는 대부분 그러하다.
현실의 불안과 고통, 그리고 자기성찰이 여실히 드러나는 그의 글 들 하나하나는
위태로운 삶의 동반자와 같은 느낌을 준다.
<질투는 나의 힘>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떄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출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 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 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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