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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지옥

2008.7.29. 희망고문

by ㅇ심해어ㅇ 2023. 6. 22.

운명일지도 몰라.
이 것.
또는
이 사람은.

난 이제
운명이란 말을
믿지 않기로 했다.

너와 내가
운명따위로 얽힌다는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모든 소소한 사건과 물건을
운명이란 이름으로 엮다가
어느날 갑자기 조금만 틀어지면
순식간에 운명이란 실타래는
치미는 화에 활활 불타버리고
서로 얽혀있다는 강한 밀착감은
그와 함께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리곤 이런 말을 중얼거리겠지..

"너와 나는 너무 맞지 않아."

너와 나의 성격이 맞지 않는 것과
너와 나는 운명일지도 모른다는 말 사이엔
엄청난 모순이 존재한다.

그래서 입을 다물기로 했다.

연애라는 건
사람이 다르고
하는 일이 달라도 사실
거기서 거기인 일들이 많다.

그런 일들이 마치
너와 내가 운명인 것처럼
사람 마음속을 들쑤셔놓고는
뭔가 작은 수가 틀리면
무책임하게도
휑하니 사라져버리는거다.

운명따위에 의존하지 않겠다.
너와 나는
우연이 아닌 필연이다.
그런것 따위에 연연하지 말고
스스로 깨달아 나가자.

만나가다보면,
서로를 겪다보면
그땐 알겠지.
그땐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정말로 운명이란 단어가 튀어나올지.

그때까진 입을 다물자.
그때까진 서로를 알기에도 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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