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37 채식주의자 - 한강 "나무들이 똑바로 서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알게 됐어. 모두 두 팔로 땅을 받치고 있는 거더라구" 가끔 우스갯소리로 우리나라 문인들은 변태가 많다고 떠들곤 했는데한강이 딱 그런 케이스다. 아무 문제없이 '적당히' 살아가던 영혜가 어느날 갑자기 꿈을 꾼 뒤로채식만을 고집하다가 종국에 본인 스스로가 식물이 되어 버리고자 했던 소설. 모든 일에 명확한 원인이나 계기가 있는 것은 아니다.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변화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을거고 그 원인이나 계기가 본인들 스스로 이해가 되어야만 그 변화를 받아들이곤 한다. 영혜처럼,꿈을 꿨다는 이유로 육식을 거부하는 것을'미쳤다'고 하기도 한다.내가 변하는 원인에 대해 주변인을 설득하여야만 할까.스스로 내가 식물이 되어 보여야만 이해해 줄까. 나무들이 똑바로 서.. 2024. 12. 18. 소년이 온다 - 한강 “당신이 나를 밝은 쪽으로, 빛이 비치는 쪽으로,꽃이 핀 쪽으로 끌고 가기를 바랍니다.“ 계엄의 밤 때문에 읽게 된 한강의 소설. 우리나라 현대사의 가장 가슴 아픈 인권유린의 사건을16살의 남자아이의 시선으로 순수하게 그리고 잔인하게 그려냈다.그때의 참상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기 위함이었으리라. 성인이 되지 않은 소년, 소녀들이 시체를 수습하고쏴보지도 않은 총을 쥐고 숨을 죽이던 시절.항복이라곤 통하지 않았던 극악무도한 시절. 현실이 너무 잔혹해서 오히려 소설로 다 표현이 되지 않았을 이야기들. 소년이 온다는 그런 내용을 담고 있는 소설이다. 나는, 으로 시작하는 1인칭 시점 또는 그는, 으로 시작하는 3인칭 시점이 아니다."너는"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나에게 직접 그 현장에 있도록 강제했다. 그리고 ".. 2024. 12. 18. 더 나은 말 - 알랭 드 보통 이 냥반 책은 뭔가 가르치고 싶어 안날 난 느낌이긴 하다.매우 직설적이고 돌려 말하는 법이 없다. 이 책은 여러가지 상황에서 어떻게 말을 하고 어떻게 답변해야좀 더 현명하게 그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솔직히 말하면..별 쓸모는 없다.이런 낯간지러운 단어나 문장을 현실적으로 쓸 수 있을까. 그렇지만 그가 제시한 방법은 썩 훌륭한 분위기를 만들수는 있으니반드시 책의 문장이나 단어 그대로를 활용하기 보다는그런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말을 구사하는 게 좋겠다. 그래서 대충대충 읽어버렸다. 원래 내가 보려고 샀던 책이 아니었어서 더 그랬던 듯. 2024. 10. 11. 앵무새 죽이기 - 하퍼 리 원작/ 프레드 포드햄 지음 요새 밀리의 서재를 구독중이라 요것조것 뭐 읽을까 뒤적이다가추석연휴 세부에서 돌아오는 길에 다 보게 된 책이다.앵무새 죽이기는 내가 초등학교 시절 듣던 라디오에서도 광고를 하던 책이었다.당시에는 '죽이기'라는 어감 때문에 선뜻 읽고 싶지 않았기도 했다. 사실 내가 본 것은 원작소설은 아니고 프레드 포드헴에 의해 그래픽노블로 재탄생한, 일종의 만화임. 핸드폰으로 보다보니 눈이 빠질것 같았다.확대해서 보다보니 그냥 책으로 읽는게 더 낫겠다 싶기도 했지만여튼 200페이지 조금 넘는 양으로 금세 볼 수는 있었다. "앵무새들은 인간을 위해 노래를 불러줄 뿐이지. 사람들의 채소밭에서 무엇을 따먹지도 않고, 옥수수 창고에 둥지를 틀지도 않고, 우리를 위해 마음을 열어놓고 노래를 부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는 게 .. 2024. 9. 20. 싯다르타 - 헤르만 헤세 이번 여름에 울릉도 투어를 가면서 기차를 2시간 40분 혼자 타게 되었다.이때다, 싶었다. 책을 읽을 시간 ㅎㅎㅎ 제목의 '싯다르타'는 주인공의 이름이다.또한 석가모니의 본명이다. 석가모니의 깨달음을 찾아가는 인생의 과정을 헤르만 헤세의 시점에서해석해 풀어쓴 책이라고 보면 될 듯 하다. 싯다르타는 인도에서 가장 높은 계급인 바라문의 아들이다.그는 매우 유복하게 자랐지만 어릴적부터 존재의 이유, 세상의 이치에 궁금증을 갖기 시작했고 자신의 존재 저 깊은 곳의 내밀한 비밀을 찾기 위해 그 모든 걸 뒤로한 채 여정을 떠난다. 그는 출가하여 사문들을 따라다니며 고행을 하였지만 내면의 깨달음을 찾지 못했다.이후 깨달은 자라 불리는 고타마를 찾아가 설법을 들었지만 설법 또한 새로운 의문을 남길 뿐이었다.그렇게 다.. 2024. 8. 26. 헤겔&마르크스 : 역사를 움직이는 힘 휴가 갈 때면 비행기에서 늘상 책을 읽는다.혼자 다닐때도 더러 있는터라 비행기 기다리면서 시간 때우기엔 책 읽는 게 최고다.여튼 이번 휴가를 갈 때도 비행기는 혼자 탔으므로 이 짧은 책은 가는 길에 다 읽기 충분했다. 처음은 칸트의 계몽주의적 역사관으로 시작했다가헤겔의 변증법에 관한 설명이 나오고 그의 영향을 받은 마르크스의 사상이 나오면서두 사람 간 사상의 같은점과 다른점을 되도록 쉽게 설명하기 위해 애쓰는 게 보이는 책이다.결국 마르크스의 사회주의의 뒤를 잇는 레닌의 사회주의까지 쭈욱 설명을 하는데 골자는 역시 현대의 자본주의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가 아닐까 싶다. 이상적인 마르크스의 사회주의와 급진적인 레닌의 사회주의를 이해하다보면결국 지난 현대사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철학이라는 것은 .. 2024. 6. 25. 고래 - 천명관 장편소설은 너무나도 오랜만이었다.덕분에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이야기가 가슴속에 풍부하게 채워졌달까.60년대 영화를 보는듯 하면서도 판타지적인 요소들이 가미되어 이야기에 흠뻑 빠졌었다.소설인듯, 소설이 아닌듯 한 이야기의 설명방식과 흐름에 매료되었다. 이야기의 흐름은 다소 거칠다. 배경 자체가 다소 거친 시대였기에 그 거친 배경에서 벌어진 일들이 제법 당연하게 와닿았다. 그 어느것도 될 수 있었던 이야기들.금복과 춘희.수 없이 반복되는 인간사의 법칙.고래는 금복에게 희망이자 선망이자 꿈이었던 대상이었지만물속으로 사라지는 고래처럼 금복이 만들어낸 고래는 화염속에서 덧없이 한 순간에 사라졌다.춘희가 서명란에 개망초꽃을 그려넣었을 때, 책에서 그 그림을 마주하는 순간이 거칠디 거친 여자들의 인생사 전체가.. 2024. 4. 15. 세계의 끝 여자친구 "우리는 대부분 다른 사람들을 오해한다. 네 마음을 내가 알아, 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네가 하는 말의 뜻도 나는 모른다, 라고 말해야만 한다. 내가 희망을 느끼는 건 인간의 이런 한계를 발견할 때다. 우린 노력하지 않는 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세상에 사랑이라는게 존재한다. 따라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한, 우리는 노력해야만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노력하는 이 행위 자체가 우리 인생을 살아볼 만한 값어치가 있는 것으로 만든다. 그러므로 쉽게 위로하지 않는 대신에 쉽게 절망하지 않는 것, 그게 핵심이다." 사실상 이야기의 전체를 꿰뚫는 작가의 말이었다. 이 소설은 9개의 단편 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김연수의 스타일대로 각자의 사정에 맞는 각자의 사랑을 하는 이야기이다. 사랑의 .. 2024. 1. 16. 데일카네기의 인간관계론 데일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은 타인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일종의 자기계발서다. 생각보다 잘 읽히는 이유는, 주제별 예시로 실제 있었던 일들을 간략하게 제시하고 있고 그 상황별로 나는 어떻게 했을까 라는 고민을 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 아닐까싶다. 책에 나오는 상황에 그만큼 몰입하기가 쉬웠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상대방의 문제점을 곧바로 지적하지 말고, 비난하지 말고, 화내지말고 본인을 낮추고 상대를 높이며 진심어린 칭찬을 하면 상대방은 어느 순간 내 의도대로 움직여 질지어다, 다. 예시로 든 상황 속 나라면? 이라는 상상을 해보았는데.. 역시 도를 닦지 않으면 불가능할 것 같다. 읽었다고, 배웠다고해서 곧바로 실천되는것도 아닌듯 하다. 조금씩 연습이 필요하고, 인간에 대한 이해가 우선 더 선행이 되어야 .. 2023. 12. 26. 모순 - 양귀자 "삶은 그렇게 간단히 말해지는 것이 아님을 정녕 주리는 모르고 있는 것일까. 인생이란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기꺼이 악을 선택하게 만들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모순과 손잡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주리는 정말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과 '원미동 사람들' 로 유명한 양귀자의 옛 소설이다. 최근 읽는 책의 제목을 보면 그 사람의 심리상태를 알 수 있다고 하는데 아주 당당하게 "모순"이 당첨되셨다. 주인공의 이름부터가 모순이다. 안진진. 참 진 자가 두개가 붙어있는 이름. 과한 긍정은 부정이다. 그 성 또한 그 이름을 부정한다. 사랑하지 않는 남자에게는 솔직했지만, 사랑하는 남자에게는 내 치부를 감추게 되는 삶이라.. 시작부터가 모순이다. 힘에 부치는 역.. 2023. 10. 7. 구해줘 - 기욤 뮈소 기욤 뮈소의 소설이 한창 유행하던 시절 사두고 이제서야 보게 된 책. 뭔가 책을 읽으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거나 꽝하고 인상깊었던 문구는 없었다. 그래서 적을 문구가 없다는 게 조금 아쉽다. 책은 마치 영화를 보는 느낌을 주었다. 글에서 느껴지는 계절감이나 색감의 디테일한 설명이 그런 느낌을 주었던 것 같다. 그리고 10년 전 죽은 사람이 사자로 다시 현실에 나타난다는 설정 또한 영화같았다. 제목처럼, 주인공들은 서로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를 구하기 위해 애를 쓴다. 여자 주인공인 줄리에트는 본인 스스로를 구하기 위해 뉴욕으로 왔다가는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남자 주인공인 샘은 우연히 만난 줄리에트를 만나 본인 스스로를 구하더니 죽음의 위기에 처한 줄리에트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게다가 샘은 일면.. 2023. 9. 27. 너무나 많은 여름이 - 김연수 알라딧 굿즈 때문에 장바구니에 구겨넣어 구입한 이유도 있고 이 책의 표지가 이번 여름을 이겨내기에 좋을 것 같기도 해서 선택한 책이다. 책은 매우 짧은 단편소설 20 편으로 이루어져있다. 마치 유튜브 쇼츠를 보는 기분이랄까. 이제는 소설조차도 짧아지는건가 싶었는데 작가의 말을 보니 짧은 이유가 낭독을 위한 소설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해할 뻔. 하지만 짧기 때문에 여운이 있었고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들기도 했다. 앞 뒤의 구체적인 설명이 생략되어 있지만 책을 읽으면서 아.. 그랬구나 하면서 이해할 수 있었다. 책의 이야기들은 여러 종류의 사랑, 그리움, 시간, 시대를 그리고 있었다. 마지막 이야기인 '너무나 많은 여름이' 편에서 결국 눈물은 터졌다. 책을 읽는 동안 알 수 없는 이유로 계속해서 가슴이 두근.. 2023. 9. 7.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