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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많은 여름이 - 김연수

by ㅇ심해어ㅇ 2023. 9. 7.

 

알라딧 굿즈 때문에 장바구니에 구겨넣어 구입한 이유도 있고

이 책의 표지가 이번 여름을 이겨내기에 좋을 것 같기도 해서 선택한 책이다.

 

책은 매우 짧은 단편소설 20 편으로 이루어져있다.

마치 유튜브 쇼츠를 보는 기분이랄까. 이제는 소설조차도 짧아지는건가 싶었는데

작가의 말을 보니 짧은 이유가 낭독을 위한 소설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해할 뻔.

 

하지만 짧기 때문에 여운이 있었고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들기도 했다.

앞 뒤의 구체적인 설명이 생략되어 있지만 책을 읽으면서 아.. 그랬구나 하면서 이해할 수 있었다.

 

책의 이야기들은 여러 종류의 사랑, 그리움, 시간, 시대를 그리고 있었다.

마지막 이야기인 '너무나 많은 여름이' 편에서 결국 눈물은 터졌다.

책을 읽는 동안 알 수 없는 이유로 계속해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가슴이 터질 것 처럼 두근대다가는 눈물이 터져버린 셈이다.

 

잠을 자다가 나는 저절로 흘러나오는 목소리를 들었다. 나는 어둠속에서 그 말을 받아적었다.

아침에 깨어서보니, 공책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잘못된 선택은 없다. 잘못 일어나는 일도 없다.

 

나는 그 말과 아우구스티누스의 지침 사이에 '그러므로' 라는 접속사를 넣어 연결해봤다.

 

잘못된 선택은 없다. 잘못 일어나는 일도 없다. '그러므로' 사랑하라. 그리고 그대가 좋아하는 것을 하라.

 

'그러므로'.

너무나 많은 여름이,

너무나 많은 골목길과 너무나 많은 산책과 너무나 많은 저녁이 우리를 찾아오리라.

우리는 사랑할 수 있으리라. 우리는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할 수 있으리라.

 

이 문구를 읽는 순간 갑자기 울컥하며 눈물이 터져나왔다.

 

그러므로..

나는 너무나 많은 날들의 나를,

스스로 사랑할 수 있기를.

스스로 사랑할 수 있으리라 믿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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