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에 울릉도 투어를 가면서 기차를 2시간 40분 혼자 타게 되었다.
이때다, 싶었다. 책을 읽을 시간 ㅎㅎㅎ
제목의 '싯다르타'는 주인공의 이름이다.
또한 석가모니의 본명이다.
석가모니의 깨달음을 찾아가는 인생의 과정을 헤르만 헤세의 시점에서
해석해 풀어쓴 책이라고 보면 될 듯 하다.
싯다르타는 가장 높은 계급의 바라문의 아들이다.
부유하고 유복하게 자랐지만 어릴적부터 존재의 이유, 세상의 이치에 궁금증을 갖기 시작했고
자신의 존재 저 깊은 곳의 내밀한 비밀을 찾기 위해 그 모든 걸 뒤로한 채 여정을 떠난다.
그는 출가하여 사문들을 따라다니며 고행을 하였지만 내면의 깨달음을 찾지 못했다.
이후 깨달은 자라 불리는 고타마를 찾아가 설법을 들었지만 설법 또한 새로운 의문을 남길 뿐이었다.
그렇게 다시 떠돌다가 만나게 된 카밀라를 통해 쾌락의 생을 배우고 누렸지만
그 또한 그에게 만족을 줄 수 없었다.
고행도, 설법도, 세속적인 욕망도 그 어떤 것도 그에게 깨달음을 줄 수 없다고 포기하고
큰 강 옆 언덕의 야자수 밑동에 앉아 무가치하고 무의미한 삶을 살았노라 생각하며 자살을 결심하는데
그 순간 옴을 읊으며 깊은 잠을 잔 뒤 생각지 못한 깨달음을 얻는다.
그렇게 만난 뱃사공 바수데바와 함께 지내며
그저 자연을 벗삼고 살아가는 것 만으로 그는 내면의 평화와 깨달음을 찾는다.
비록 그 과정에서 카밀라와 싯다르타 사이 태어난 아들이 나타나
속세의 '부성애'란 것에 한번 더 사로잡히기도 했지만
결국 돌아와 깨달음의 삶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된다.
"혹시 어쩌면, 내가 바로 돌을, 강을, 즉 우리가 관찰하고 그것에서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이 모든 사물을 사랑한다는 것을 의미했겠지. 하나의 돌을 나는 사랑할 수 있네, 고빈다.
우리는 물건을 사랑할 수 있는 것이네 . 하지만 나는 말(言語)은 사랑할 수 없네.
그렇게 때문에 가르침이란 내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네. 그것은 다만 말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라네.
아마도 평화를 찾는 데 자네를 방해하는 것은 바로 이 말이라는 것일 걸세.
아마도 너무나 많은 말일 것일세.
해탈과 덕성, 육회와 열반 또한 모두 말에 불과하다네, 고빈다."
배움은 말이니, 진리니 하는 언어보다
실존하는 것들을 통해 스스로 그 의미를 찾아가고 깨달아가는 과정이며
그러한 배움은 그것들을 사랑하고 존경하고 미워하지 않는 것,
그 모든 존재를 사랑과 경외의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사실 이렇게 말로 풀어쓰는 것 또한 그의 의미로는 의미없는 '말'이 될 뿐이다.
그 의미와 깨달음은 스스로 느끼고 생각하면서 그 위대함을 느껴야 하는 것이다.
싯다르타가 이렇게 열반에 들어서며 이야기는 끝난다.
지금껏 살면서 내가 추구해 왔던 것들.
언어로써 배워왔던 진리들.
그것들이 과연 내게 얼마만큼의 진실과 깊이로 다가왔었던가.
나는 실존하는 이 모든 것들에 얼마만큼 감동하고 경외하고 있었던가.
새삼 여름의 더위도, 잠시 흘러간 바람도
그 어느것도 내게 깨달음을 주지 아니하는 것이 없었건만.
너무나 당연한 것들은 외면한 채 유명인의 새롭고 멋진 '말'에만 몰두하고 있지 않았는지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준 책이었다.
이탈로 칼비노의 '존재하지 않는 기사'를 떠올리게 했다.
'그 어느것도 될 수 있었던' 구루둘르를 생각해보면
존재하는 것들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음을 우리는 인식하며 살고있지 않다.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 말로 설명하고 의미를 부여하여야만 그것이
웅장하고 위대한 것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그렇지만
설명되어져야만 그것을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범인의 입장에서
역시 열반에는 아무나 드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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