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대부분 다른 사람들을 오해한다. 네 마음을 내가 알아, 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네가 하는 말의 뜻도 나는 모른다, 라고 말해야만 한다. 내가 희망을 느끼는 건 인간의 이런 한계를 발견할 때다. 우린 노력하지 않는 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세상에 사랑이라는게 존재한다. 따라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한, 우리는 노력해야만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노력하는 이 행위 자체가 우리 인생을 살아볼 만한 값어치가 있는 것으로 만든다. 그러므로 쉽게 위로하지 않는 대신에 쉽게 절망하지 않는 것, 그게 핵심이다."
사실상 이야기의 전체를 꿰뚫는 작가의 말이었다.
이 소설은 9개의 단편 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김연수의 스타일대로 각자의 사정에 맞는 각자의 사랑을 하는 이야기이다.
사랑의 레퍼토리도 참으로 극적이다. 살짝 옛날 갬성이 묻어나는 허세있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김연수작가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나도 모르게 그 이야기로 빨려들어 가게끔 한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그의 책을 읽으면 꼭 한번 이상 펑 하고 눈물을 쏟아버린다.
세계의 끝이란 고작 호수 건너편 끝자락 메타세쿼이아 나무까지였다.
공룡과 함께 살았다는, 화석으로만 남은, 하지만 우리 눈 앞에 기적처럼 살아 숨쉬는 메타세쿼이아 나무까지.
그 호수 건너편, 메타세쿼이아가 서 있는 곳까지 갔다가 더 가지 못하고 되돌아온 시인과 여자친구의 세계의 끝은
바로 그 나무가 서있는 그곳이었다.
우리의 사랑은 그러하다.
우리의 세계 속에서 우리만의 방식으로 우리만의 대화를 하고 우리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그 하나 하나의 사랑은 그 누구도 완벽히 이해할 수 없고 알 수 없지만
사랑했던 그들만은 알고있다. 그들의 사랑은 누군가를 이해시키기 위한 게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뿐이라는 것을. 그게 우리가 사랑하는 세계, 전부라는 것을.
쉽게 위로하지 말고 쉽게 절망하지 않기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해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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