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그렇게 간단히 말해지는 것이 아님을 정녕 주리는 모르고 있는 것일까.
인생이란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기꺼이 악을 선택하게 만들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모순과 손잡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주리는 정말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과 '원미동 사람들' 로 유명한 양귀자의 옛 소설이다.
최근 읽는 책의 제목을 보면 그 사람의 심리상태를 알 수 있다고 하는데
아주 당당하게 "모순"이 당첨되셨다.
주인공의 이름부터가 모순이다.
안진진. 참 진 자가 두개가 붙어있는 이름. 과한 긍정은 부정이다. 그 성 또한 그 이름을 부정한다.
사랑하지 않는 남자에게는 솔직했지만, 사랑하는 남자에게는 내 치부를 감추게 되는 삶이라..
시작부터가 모순이다.
힘에 부치는 역경이 계속해서 생겨날수록 어려움을 이겨내고 힘을 내어 살아가는 엄마는 마치
삶의 원동력이 삶의 고됨과 역경이 아닌가 할 정도다.
아무런 걱정없이 살아가던 부유하고 고상했던 이모는 겉으로 보이기에 완벽하고 안정된 삶을 살았지만
그 심심한 인생을 견딜 수 없어 자살한다.
사는 내내 엄마를 때리고 돈을 훔치고 방랑하던 아버지는 치매와 중풍을 앓고는 집으로 완전히 돌아온다.
조직의 보스를 꿈꾸며 허세를 부리던 동생 진모는 그 허세로 비둘기의 사랑을 얻게 되지만
결국은 그 허세로 사랑하는 비둘기를 잃는다.
주인공 안진진은 결국 사랑이 아닌 안정을 선택하여 결혼하게 된다.
온통 모순 덩어리다.
우리 모두 옳음과 그름이 무엇인지 알고 살아간다.
그럼에도 삶이란 옳음으로만 채워지지 않는다.
억울하지만 헤쳐 나아가야 하고 옳지 않지만 선택하게 되는 현실의 삶은 그야말로
"모순"이다.
이 책은 현실의 적나라한 모순된 삶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이 책을 읽고나면 내 현실에서의 모순된 선택이 무엇이었는지를 떠올리게 해준다.
나 역시도 다르지는 않았다. 그래,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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