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해야할 일들을 모두 재끼고 친구를 만났다. 저녁에 잠깐만 보려고 했던건데 그러지 못했다. 술을 많이 먹었다. 집 근처에서 잠시 머뭇대다가 그가 살던 집 근처로 발길을 옮겼다. 그가 살던 집 앞, 그가 항상 차를 대던 그 주차장 앞에 멈춰섰다. 초점 흐린 눈으로 그가 살던 집 창문을 하염없이 올려다 보았다.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일년 반도 넘은 시간이 지났지만 그의 집구조가 너무나도 생생하다. 그 주차장에서 그를 기다렸던 나또한 생생하다. 발길을 돌려 다시 집으로 향했다. 그가 언제나 고집을 부리며 다녔던 그 길로. 힘들게 뭐하러 언덕으로 다니냐는 핀잔을 주던 그 길. 그는 나를 보러 올때도, 나를 바래다주고 갈 때도 언제나 그 힘든길로 다녔다. 그 길을 천천히 따라 오르며 그가 무슨 생각을 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