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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지옥

2014.10.21. 일기

by ㅇ심해어ㅇ 2023. 6. 7.

나는 힘들고 괴로울 때 일기를 쓴다.
그래서 일기장은 폐허와 같다.

그와 마찬가지로 힘들고 외로울 때 연애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런 연애는 폐허와 같았다.

눈물자국과, 힘주어 긁어댄 날린 글씨 투성이의,
누군가에 대한 저주가 가득한 일기장처럼

그러한 연애도 결국 상대 때문에 울고 가슴에 상처내며
상대를 저주하며 끝을 맺곤했다.

피곤한데 유독 잠이 오지 않는 이유는
쓰잘데기없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념때문만은 아니다.
흑백의 일기장이나, 부서진 감정이나
어쨌건 그 모든게 나였으며
과연 무지갯빛 총천연의 미래가 있을까 싶은
스스로에 대한 불신도 한 몫 하기 때문일테다.

나는,
내가,

라는 단어와

과연,

이란 단어로 이어지는 끝없는 스스로에 대한 불신.

일기장처럼 지워지지 않는 과거에 붙잡힌
불쌍한 내 자신과
미래의 나를 믿지 못하는
의심많은 내 자신과

그걸 함께하려고 했던, 민폐아닌 민폐를 끼친
누군가들에게

사죄하고 싶은 밤이다.


일기는 고스란히 적혀있던 그 날의 감정과
그 날의 연애를 간직하고 있지만
지금은 그저 얼룩과 못난 글씨라고만
생각하고싶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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