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 애인과 헤어지고 한 두달여간 생각보다 괜찮았었다.
허전함이나 쓸쓸함은 있던것이 사라지면 나타나는
지극히 당연한 증상이라며 스스로를 납득시키기도 했고
최대한 헤어짐의 후폭풍을 이성적으로 인지하려 노력도 했고.
상당히 잘 극복하고 있었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늘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고 난 뒤 뒤돌아 본 나는
내 생각같던 그런 사람이 아니었고
그 때도 여지없이 마찬가지였다.
당연히 이성적이고 잘 극복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소한 자극에도 흔들렸고 눈물빼기 일쑤였다.
그 모든 자극이 내 분노와 절망을 부추긴다며
그 사소하고 작은 자극들에게 저주를 쏟아부어대고
상황을 원망했으며
주체할 수 없을만큼 스스로를 터뜨려댔다.
원인은 주변과 나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주변도, 나 자신도 너덜너덜 해지고 나서
그리고는 어떤 욕지거리도 나오지 않을 무렵,
그 자극들은 내가 만든 것이었다는 걸.
그렇게 만들게 된 원인이 그 이별이었다는 걸.
그 이별을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가슴에 쌓아두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결국 아닌 척 쇼하다가 애먼데서 터진거고
애먼 것들은 무의식중 치료받고자 했던 내 본능이
손에 닿는대로 끌고와 버린 것들이었다는 거다.
솔직히말해,
살짝 미쳐 있었던 것 같다.
맛이 갔대도 이해가 될 상황이기는 했지.
누가 봤어도 제정신인게 이상할 정도이긴 했고
난 비정상적으로 멀쩡해 보였었다.
그래, 지금에서야 돌아보니
나는 정서불안이었다.
아닌척만 했을 뿐. 난 극도의 정서불안이었다.
지금에서라도 깨닫길 다행이지싶다.
그냥 지난 나에 대한 자기연민으로 흘려 넘겼다면
비슷한 상황에서 나는 또다시
별 의미없는 자극 탓만 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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