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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통

2014.7.23. 장마

by ㅇ심해어ㅇ 2023. 6. 8.

오랜만의 비 구경이다.

빗방울이 서로 스치고 뭉쳐져 바닥에 모여서는
서로 부딪치다가 엉기며 내는 소리는 제법 청량하다.
찰박거리는 물소리가 겹치고 또 겹쳐 화음을 만든다.
그 소리들은 내 몸속에 흐르는 피를 요동치게 한다.
혈관마다 타고 온 몸을 흐르는 그 피들이
찰박거리는 것같다.

바닥에 넓게 고인 물 웅덩이에 수십 수백개의 파동이 일고
그 수십 수백개의 파장이 겹치고 겹치고
또 만들어지고 사라지고 또 만들어지는걸 보고 있자면
나의 시간은 멈추고
빗방울만이 온 세상에 떨어지는 기분도 든다.

빗소리가 공간 가득 끊임없이 생성되고 사라지고
온 세상을 꽉 채울것같이 크게 들리기 시작하자
점점 빗줄기와 바람이 거세어져서는
내 얼굴과 다리에 닿아 스며든다.

 내 시간은 그제야 흐른다.

오랜만에 우울하지 않고
비 구경을 한 것 같다.

저 빗 속에 서서 움직일 땐 잘 모른다.
단지 몸이 젖지 않게 하는 것에 집중해서
다른 건 신경쓸 겨를이 없어서일까.

그런게 현실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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