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유내강.
겉은 부드럽고 달콤하고 말랑한 과육으로 덮여있지만
속은 단단하다못해 잘못 깨물면 이가 나가든가
입술이 찢어지는 커다란 씨앗을 품은
백도같은 여자가 이상형이란다.
백도를 집어들었다가
그 말을 하는 그의 얼굴에 그대로
던질 뻔 했다.
'겉이 말랑해보이면 만만해 보이고
만만해 보이면 막 대하는게 세상이라고.
말랑하던 여자도 겉이 흉터딱지처럼 단단해지고
속은 상처로 뭉개지는 외강내유가
요즘 세상이 만들어낸 여자들이야'
'그러니까 이상형이란거지.
유들한 태도와 강인한 정신력.
요샌 유리멘탈인게 자랑이라고 기대기만 하려고하고
아니면 징징대며 원하는 걸 얻어내려는 여자 뿐이야'
라고 하는 그에게 아무말도 못했다.
사실.
그래.
말하자면 그가 말하는 그 여자가 나이기도 하니까.
백도를 제자리에 두고 뒤돌아 서서는
다시 뒤돌아 보았더니 말그대로
뽀얀 피부에 복숭앗빛 수줍음을 가진
그가 말하는 천상 여자가 맞다.
심지어 강철 멘탈같은 커다란 씨앗하며.
손에 묻은 복숭아 털을 탁탁 털어내고는
그에게 말했다.
'꿈이나 깨셔. 겉만 복숭아 같으면 다 좋으면서'
'좋기야 좋지. 그런데 아무리 이뻐도
멘탈이 약하면 그 여자는 오래 못만나겠어'
'그래서 니가 싱글인거야. 똥꾸야'
그는 실소한번 남기고 나머지 필요한 것들을 샀고
그러면서 같이 이것저것 구경하던 나는
계속해서 그 뽀얗고 예쁜 백도를 의식하며
그 뒤를 따라다녔다.
나도 역시 백도같은 남자를 찾고 있었던가.
그냥 복숭아씨앗같은 남자여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었는데.
그의 이상형은 백도였고
나는 백도가 은연중 질투가 났고.
외강내강일지언정 외유가 참 힘들다고.
겉이 뭉그러지면 속도 뭉그러질까봐
무섭다고.
속으로 외치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그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면서
사람도 아닌 그것에 질투를 했다고 생각하니
한심하기도 하면서도
겉을 부드럽게 하면서 속을 단단하게 지킬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 나쁠것 없다는 생각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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