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이 똑바로 서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알게 됐어.
모두 두 팔로 땅을 받치고 있는 거더라구"
가끔 우스갯소리로 우리나라 문인들은 변태가 많다고 떠들곤 했는데
한강이 딱 그런 케이스다.
아무 문제없이 '적당히' 살아가던 영혜가 어느날 갑자기 꿈을 꾼 뒤로
채식만을 고집하다가 종국에 본인 스스로가 식물이 되어 버리고자 했던 소설.
모든 일에 명확한 원인이나 계기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변화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을거고
그 원인이나 계기가 본인들 스스로 이해가 되어야만 그 변화를 받아들이곤 한다.
영혜처럼,
꿈을 꿨다는 이유로 육식을 거부하는 것을
'미쳤다'고 하기도 한다.
내가 변하는 원인에 대해 주변인을 설득하여야만 할까.
스스로 내가 식물이 되어 보여야만 이해해 줄까.
나무들이 똑바로 서 있는게 아니라 모두 두 팔로 땅을 받치고 있다고 한
영혜의 말 속에는
내가 되고자 하는 것이 사실은 모두의 생각과는 달라,
그리고 그건 상당히 고된 일이지, 라는
두 가지 의미가 있지 싶다.
그녀는 몸에 꽃을 그려넣은 후 꿈을 꾸지 않는다고 했다.
그녀는 그렇게 스스로 식물이 되어야만 편안해졌다는 것이다.
영혜는 결국 형부와 관계를 한 것이 아니라
암술과 수술이 만나 교합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으리라.
먹는 것은 생존을 위해 가장 중요한 행위지만
그녀에게 있어 생존을 위한 가장 중요한 행위는
그게 아니었던 것 뿐일지도 모른다.
마지막 꼭 쥔 주먹 속 작은 새는
그래도 남아있던 그녀의 마지막 인간으로서의 본능이었을까.
아니, 오히려 그런 것들이 인간의 본능이었을까.
책을 다 읽고 내가 느낀 이 생각이 맞는지에 대해 확인을 하고 싶었다.
그러면서 책이 내게 전하는 생각이 어떤 것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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