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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위의 남작 - 이탈로 칼비노

ㅇ심해어ㅇ 2023. 8. 17. 12:05

" 남을 배려하지 않는 세대,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욕심을 부리며

세상 모든 것, 심지어는 자기 자신에게도 호의적이지 않은 세대의 출현으로 세상은 변해 버렸다.

이제 나무 위로 당당히 걸을 수 있는 코지모 같은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다."

 

이 대목에서 알 수 있듯, 작가는 나무위에서 살고 있는 남작, 코지모를 본인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인간형으로 그리고 있다.

 

현실과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한 발 떨어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넓은 시야를 가진 사람.

인간만을 중심으로 하지않고 동식물 대자연 모두와의 조화를 생각하며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사람.

편협한 틀에 갇혀있지 않지만 주관과 소신이 뚜렷한 사람.

사춘기도 겪고 사랑에 고통받는, 완벽하지 않지만 완벽한 사람.

그의 우리들의 선조들 마지막 시리즈를 읽으면서 느낀 가장 '인간적으로' 완벽한 사람이었다.

 

마치 작가 스스로를 지극히 평범하게 현실에 타협하고 순응해 나가는 동생이라고 생각하면서 

본인의 시선을 통해 그린 이상형이 바로 코지모 형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로는 고집스럽고, 때로는 미친 것 같지만 항상 마음속에 동경에 마지않는 대상이 바로 코지모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탈로 칼비노의 현실을 설명하는 방식에 다시한번 감탄했다.

만화같이 과장되고 풍자되어 우스꽝스럽지만 전혀 우습지 않은 상황을 그려 나가는 방식.

이 모든게 이탈로 칼비노라는 작가를 말해 주고 있었다.

 

이 책에는 프랑스혁명이나 계몽주의, 나폴레옹시대 등 격동의 역사적인 사건도 함께 담고있다.

그러한 격변을 작가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느끼게도 해주었다.

 

마지막 코지모형의 죽음이 하늘로 사라지는 것 또한 기이한 그의 일생의 마무리로 적합한 엔딩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는 지상의 편리함을 거부한 적이 없다.

그리고 지상에 내려온 적은 없지만 지상의 문제를 외면한 적 또한 없다.

코지모의 나무 위에서의 일생은 반항도, 고집도 아닌 "저항"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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