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마지막 한 달을 남겨두고
내가 지나온 2008년은 전쟁 그 자체였다.
감정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큰 일들이 뭉텅 뭉텅 있던 한 해였던것 같다.
사람에 대한 불신도 깊어지고,
믿음에 대한 배신도 크게 당했고,
공부를 하면서, 일을 하면서 받던 스트레스도 꽤 컸다.
12월이 되고보니 어째 그냥 한해를 한바퀴 돌고
제자리로 온 기분이 든다.
작년 12월부터 올해 12월까지.
말그대로 난 한바퀴만 쭉 돌아왔다.
남은것 하나없이 복잡한 기억만 가지고 한바퀴를 돌아온 셈이다.
그렇게 진폭이 크던 내 감정들이 지치고 지쳐서
스스로를 놓아버렸던 시간을 지나고나서보니
2008년 시작 전 나의 모토는 지금 생각하면 한없이 우습지만
바로 안정감 이었다.
하지만 생각처럼 나의 안정감은 오지 않았고
폭풍속에서 하루하루가 빨리가길 기다리는 노인네처럼
방구석에 쳐박혀 자고 또 자고 내일이면 비가 그칠가, 해가 나올까
그렇게 보내던 것이 이제 한달이 남은 것이다.
지금
피식 웃음이 나오는건 아마 그 때문일거다.
전쟁도, 폭풍도 절대 끝나지 않을것이란걸 이제 알았기 때문일거다.
내일이 온다면, 아니 모레라도..기다려도 기다려도 절대 오지 않을것임을 이제
알았기 때문일거다.
내가 일년간 기다렸던건 정말 무엇이었을까.
웃기지도 않은 안정감?
모든 정황이 끝나길 바라는 기대감?
어떤 것도 끝은 없었다.
한가지가 끝나면 또 새로운 한가지가 나를 물고 늘어질테니.
뭔가 악독해지지 않으면 안되도록 나를 종용하고 있다고 해서
내가 그것에 따르지 않는다면 또한번의 2008년을 겪게 될 수도 있다.
나 혼자 버티도록 밀쳐두고서
독한년이라고 욕하던 2008년.
언제든 어깨에 기대라며 간사하게 속삭이더니
그까짓것 하나 못해내냐며 비웃던 2008년.
안정감을 줄것처럼 다가오더니
더 큰 불안함과 한 달만을 남겨둔 2008년.
어떤 실수도 용납이 안되는 이 세상속에서
내가 찾는 안정감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그냥 닥치고 거칠게 살 수 밖에 없다는걸 알려준2008년.
어렵다.
2008년 참 난해한 해였는데.
내년엔 무슨 힘으로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나
벌써부터 가슴이 먹먹하다.
..
그냥 닥치고 일단 해보자.
되는대로 해보고 그 다음 생각하자.
'쓰레기통'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8. 12. 11 비가온다 (0) | 2023.06.22 |
---|---|
2008.12.6. 어떨땐 (0) | 2023.06.22 |
2008.11.12. 미래 (0) | 2023.06.22 |
2016.5.1. 쓰레기 ver1. (0) | 2023.06.08 |
2014.12.31. 이제야 알겠네 (0) | 2023.06.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