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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by ㅇ심해어ㅇ 2023. 6. 7.

2014.11.23. 


나와 함께 가지 않을래요. 난 딸기밭에 가는 중이에요.
실감나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머뭇거릴 일도 없죠.
딸기밭이여, 영원하리.


이 책을 읽기까지 참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각설하고.
 
연애소설이라는 한 단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책이다.
요한 때문이었다.

요한의 말엔 세상에 대한 가시, 인간에 대한 불신,
그럼에도 인간을 사랑하고 싶어하는 본능,
위트와 염증이 뒤섞여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가슴이 아프기도, 찔리기도 하면서
나는 책을 덮을 즈음부터 계속해서 눈물을 꾸욱 참고있다가
결국 지하철에서 뻥 터뜨려버렸다. 젠장.

또 한가지. 왜 하필 추녀였을까.
남자는 능력, 여자는 미모 따위를 이야기 하려 한다기보다
껍데기의 추함은 상대적이며 껍데기에 갇혀있을 당신또한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임을 의심하지 말길 바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조금 더 들어가자면 결국 너나 나나
가슴 속이 추하든 겉이 추하든 매 한가지라는 말일거란 생각이 든다.

도토리 키재기처럼 우리는 모두 어느정도는 추하다.

20대를 접어드는 총각과 추녀의 로맨스라기엔
이 소설은 그 과정의 수많은 변수를 거론한다.
하지만 그러면서 외친다.
와와 하지도 말고 예예 하지도 말고 서로를 빛내주길.
서로를 사랑하길.
무서워하지도, 두려워하지도 말고 당당하게, 빛나게 사랑하길.

세상의 주인공인 줄 알았고 해피앤딩일 것 같던 인생이었다.
아니, 우리 모두는 그러길 바란다.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 모두는 살아갈 수밖에 없다. 사실 그런게 현실이다.
아 세상이여. 고아원같은, 실존하지 않는 딸기밭같은 세상이여.
영원할 수밖에 없구나.
나는 그곳에 있고 불멸의 존재가 아님을 알지만 세상은 영원할 것이다.

사실 눈물이 나왔던 이유를 아직도 잘 모르겠다.
단순한 죽음이라든가 자살시도 같은 이유는 아닐거다.
단지 '나'라는 사람의 감정의 동요에 동화되어 있다가,
어느 순간 사라져버리는 실제 죽음을 진심으로 느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영화로 나오면 못볼 것같다.
나는 그렇게 박민규의 빠순이가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