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8.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이후부터 서점을 안가게 되고
동네 중고서점을 가게되었다.
저번주 주말 친구를 만나러 나갔다가 시간이 조금 남아서
자주 가는 중고서점에 들어갔는데.. 사람이 두 배로 늘어있었다.
뭘 사야되나 별 생각없이 들어가 버린 탓에
빙글빙글 서점 안을 돌고 있는데 다 와간다는 친구의 연락이 왔고
급하게 두 권의 책을 집어들게 되었는데
그 중 한 권이 이 책이었다.
무의식 중에 '관계'란 단어에 꽂혀서 집어든 것 같다.
자기계발서 그닥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기에도 그렇고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내용이 잘 와닿지도 않기에 그렇다.
하지만 최근 인간관계가 갑자기 어렵다고 느끼기 시작했었고
대화가 편하고 즐거운 사람과만 만나려고 하고
그 중에서도 상대방이 불편해하는 느낌을 느끼기도 했고
뭐 이렇게 저렇게 인간관계에 뭔가 예전과는 다른 뭔가를 느꼈기 때문에
내 잠재의식이 선택한 책이라고 해도 될듯 싶다.
집에 커피가 똑 떨어지기도 했고 별다른 약속도 없고해서
이 책을 들고 무작정 단골 카페로 갔다.
첫 챕터를 읽고 고개를 들자 묵직한 눈발이 날리는 게 보였다.
유리창 너머로 내리는 눈이 문득 현실감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게임을 하나 제안하지' 라면서
마치 쏘우처럼 미션수행을 하는 줄거리로 이루어져
재미있게 읽긴 했다.
결국 자기계발서 아니랄까봐
주인공은 230페이지 즈음에서 깨달음을 얻고 새사람이 된다.
책 내용 자체나 구성이나 등장인물은
별로 할 얘기가 없다.
그렇지만 읽고 난 후에
비처럼 변해버린 눈이 내리는 밖을 보다가
그런 생각을 했다.
'누군가 우산을 받치고 와 줄 사람이 근처에 있을까.'
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 느꼈던 비현실감은
'집에 갈땐 그치겠지'
'당장 눈을 맞을건 아니니까'
때문이었겠지만
곧 내가 저 밖으로 나가야 할 시간이 오자
'필요한 누군가'를 떠올리고 있던 것이었다.
책에서 말하는 관계는 그런게 아니었을텐데.
문득 스스로에 대한 회의가 들었다.
눈이 잠시 그친 틈을 타 집으로 오긴 했지만
결국 우산을 가져다 줄 사람을 떠올릴 수 없었다.
누군가를 떠올리는게 이기적이지 않을까란 생각도 했지만
그러면서 더 느긋한 마음으로 커피한잔 대접하며
대화를 할 수도 있는 건데라는 생각이 들자
씁쓸해졌다.
나의 관계란 그랬던가보다.
너무 어렵고 복잡하게만 생각하는 건가.
사람을 알아가고 겪을수록 그렇게 생각하는게
나 뿐일까.
책과는 약간은 동떨어진 생각만 하다가 돌아온
그런 독후감, 그런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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