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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쪼가리 자작- 이탈로 칼비노

by ㅇ심해어ㅇ 2023. 6. 7.

2015.1.4. 


"아, 파멜라. 이건 반쪽짜리 인간의 선이야.
세상 모든 사람들과 사물을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야.
사람이든 사물이든 각각 그들 나름대로 불완전하기 때문이지."

이탈로 칼비노의 어른을 위한 동화.

메다르도 자작은 전쟁중 자신의 몸 반쪽을 잃게 된다.
고향으로 돌아온 반쪽은 절대악. 
이후에 다른 반쪽이 돌아왔지만
그것은 절대선이었다.
절대선이 가장 위대한 세상의 진리인 듯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도 않고
절대악이 세상의 완벽한 쓰레기일 수만도 없는 이야기이다.

그 무엇도 사실 현실적이지는 않다.
절대선이니 절대악이니.
하지만 그렇게 선을 긋고 좋은것과 나쁜것을 구별하는건 
우리 각자가 살아온 방식과 문화란 기준에 따라
'현실적'으로 행하고 있는 '사실'이다. 
그것을 문둥이 마을과 위그노들을 통해 보여준다.

세상에 이익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교수대를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피에트로키오도를 통해
개인의 내면에서의 선악갈등을 보여준다.

종교인이지만 종교의 교리를 잊어버리고
그 반대의 행동을 하면서 당위로 포장하는 위그노들에서
집단의 위선과 그들의 목적을 상실해가는 모습,
그 집단안의 작은 악마인 에사우를 통해
완전할 수 없는 집단의 모습을 보여준다.
믿음이라는 순수한 목적의 결사도 결국
'페스트와 기근'을 외치는, 먹고 살아야 하는 인간인 것이다.

이 모든 것을 꼬마 아이의 눈을 통해 덤덤하게 그려간다.

극단적이고 잔인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 동화적인 묘사와 상황설정을 통해
그다지 무겁지도, 그다지 가볍지도 않지만
꽤나 머리가 복잡해지는 소설이다.

우리는 늘 옳고 그름을 두고 싸운다.
어느 것이 선이니 어느 것이 악이니를 두고 논쟁한다.
아무리 효과적인 해결책이라도 부작용을 동반한다.

그리고 그것은 인간이기에 당연한 것들이다.

반쪼가리 자작의 오른쪽과 왼쪽은
결국 우리의 오른쪽과 왼쪽이며 다만
오른쪽이 악이고 왼쪽이 선이 되듯
반듯하게 양분할 수 없는 것들의 집합체이다.

절대적이라 부족함이 없는 것이 아니고
합쳐진다고 완벽해지지 않는다.

그런게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은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에 나오는 모든 사람이 그러하듯 말이다.


읽고난 후 갑자기 파트리트 쥐스킨트 생각이 났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순식간에 읽어낼 정도로
짧고 재미있었다. 미간에 주름은 좀 생겼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