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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 하성란

by ㅇ심해어ㅇ 2023. 6. 7.

2014.5.25.


이 냄새다.
밭에 뿌려놓은 분뇨나 웅덩이에 고여 썩어가는 오수의 냄새.
풀숲 건너에서 짐승의 사체가 부패하며 나는 냄새.


이 책은 요새 하도 들어서 이제 좀 코빼기좀 보였으면 좋겠는
유병언과 관련있는 오대양 사건을 모티브로 쓴 소설이다.

현실에서나 이 책에서나 오대양사건은 여전히 미스테리다.
집단 히스테리에 의한 자살극이라는 둥, 한 명이 30여명을 살해하고 자살했다는 둥,
많은 썰이 난무하는 알 수 없는 사건을 토대로 이 소설은 만들어졌다.

책을 읽으면서 오대양사건을 검색하고 충격적인 사진들을 접하면서
오싹하기도 했고 이 책의 처음 시작인 저 맨 위의 세줄의 냄새가
그대로 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축축하고 미끄덩한 차가운 손이 내 목덜미를 스치는 느낌이 드는 책이다.
그러면서 역겨운 냄새가 나고 찝찝한 불쾌감마져도 들게하는 책이다.
하성란작가의 디테일한 표현은
충분히 내가 신신양회의 시멘트 공장에 있다는 느낌을 주었고
주방의 다락의 눅눅하고 더운 공기 안에서 사체를 더듬게 했다.
깔깔대며 지저분한 농담을 하는 이모들의 목소리가 울리는듯도 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주인공 덕분에 더욱더 그런 감각들이 살아났다.

오감이 모두 열리는 느낌의 책.
그러나 그 느낌들은 모두 최악의 불쾌감이었다.

A가 무엇을 상징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독자들의 판단에 맡겼다.
아마조네스일수도, 천사일수도, 간통일수도 있다.
더 많은 것들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모두 다 일수도 있다. 나는 후자의 입장.


어릴적 '세모'가 부도가 났다며 집에 선물세트같은 것들이 마구 쌓였던 적이 있었다.
종이비누며 바디클린저며 뭐 그런 것들이었는데. 한 3년은 썼던것 같다.
이제와서 찝찝하네. 쩝.
오대양 사건이니 구원파니 세모니 하는 것들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은 없다.
지식이 없어서 더 빠져들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인생이 아름답고 즐겁고 뭔가 핑크색인 사람들은 안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