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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테라 - 박민규

by ㅇ심해어ㅇ 2023. 6. 7.

2014.5.4. 


자기전 밤에 웹툰 보던 2년여간의 습관을 끊고자
침대옆에 스탠드를 설치하고 책을 보기 시작했는데.
아주 꼼질꼼질 감질나서 못보겠다 싶더니 결국은 보긴 다 본다.

이 책은 유난히 술술 잘 읽히기도 하고.
역시 책이고 뭐고 국산이 최고다.ㅎㅎ

카스테라는
이 책의 시작이자 전제다.
맨 처음 이야기이기도 하다.

냉장고에 코끼리를 집어 넣는법. 으로부터 시작된 상상력으로
그는 세상의 관심사를 짜증나는 세상같은 냉장고에 넣어
카스테라를 만들어냈다.
'냉장' 이라는 단어를 통해 그는 그만의 의미를
영구화 하고 싶었나보다.
역설인 것은 그 차가운 냉장고에서 카스테라를 따끈하게 구워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세상이 아니던가.
말도 안되는 역설과 짜증이 뒤섞인 세상.

그렇게 전제가 깔리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박민규의 다른 책은 본 적이 없어 잘 모르겠다. 친구 추천으로 보게되서.
그러나 알 것같다. 박민규만의 말투. 이야기를 전하는 방법.

이 책은 현실과, 공상이 맞닿아있다.사물을 보게 될때 순간적으로 스치는 상상들이
현실감 넘치게 정갈한 스토리로 정리가 되어버린다.
은유가 더 이상 은유가 되지 않고 현실화 되는 것들.
자신이 가장 접하기 쉬는 것들로부터 가장 접하기 어려운 곳을 이어
아..작가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구나를 짚어볼 수 있게 해준다.

그 접하기 어려운 상상력이라는 것도 뜬구름을 잡진 않는다.
누구나가 알 것 같은 이야기들.
우주와, 세계와, 바닷속, 외계인, 괴물이야기.
접하기 어려울 뿐, 우린 모두 알고 있고 한번쯤 상상해 봄직한 것들.
그래서 공감을 얻을 수 있었고 재미가 있을 수 있었다.

그런 것들이 무료한 일상과 맞닿아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작가의 말투가 재미있다.
무료한 듯. 시크한 듯. 그렇지만 뻔하지 않게 이어가는
그 만의 어투가 책을 읽는 지루함을 잊게 만든다.
구어체의 문어체화라는게 이런건가.

간혹 화장실에서 휴지를 돌돌 말다보면 가끔 그런 생각이 스친다.
돌돌 굴러가는 휴지심속에 다람쥐가 들어있을 것 같은.
뭐 그런식으로 이어지고 이어지다가 보면 어느새 나는 유한킴벌리의
제지공장에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러시아 벌목공의 손에 쥐어진 전기톱이 되어있을수도 있고.
그러다가 종국에 나는 나무의 씨앗이 되어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모든 이야기는 상상력이다.
박민규라는 사람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현실이 이어진
그야말로 독특한 소설이다. 그것도 재미있고 씁쓸한.
그래. 씁쓸한. 숨막히지만 어쩔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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